
한강에 이어 겹경사다.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의 해외문학상 부문에도 한국계 미국인이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작은 땅의 야수들’(다산책방)을 쓴 김주혜 작가로, 이번 수상은 데뷔작으로 달성한 ‘깜짝’ 성과여서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수상 다음 날인 11일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김 작가는 “선배이시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의 옆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로 굉장한 영광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K-문학’이 세계에서 통하기 시작했다는 평가에 공감한다”면서 “문화 전체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일궈낸 쾌거”라고 자신의 수상에 대해 겸허한 분석을 내놓았다.
김 작가는 한국 문학의 근원적 힘을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으로 봤다. 그는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한국 문학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 소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범위가 크다”고 말했다.

1987년 인천 출생인 김 작가는 9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스스로는 그저 한국인이라 생각한다”는 저자는 ‘작은 땅의 야수들’에도 한국적 서사를 담았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서 투쟁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다. 작가는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썼다”고 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 가난, 기아,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립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현대를 절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더 막막한 시대, 생존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타심과 용기, 사랑을 잃지 않고 독립을 이뤄냈습니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습니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2003년 제정됐으며, 2015년부터 러시아어로 번역된 해외 문학에 수여하는 해외문학상을 신설했다. 역대 수상자로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는 중국 작가 위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 등이 있다. 이번 톨스토이상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김주혜를 러시아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안톤 체호프, ‘닥터 지바고’를 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과 비교했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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