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옛 러시아 영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 앞에 초를 켜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옛 러시아 영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 앞에 초를 켜고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여겨지다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은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진작부터 스스로 죽을 것을 예상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사후 회고록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요커지와 영국 런던 타임스 등은 이달 하순 발간될 예정인 회고록의 발췌문을 미리 입수해 공개했다.

나발니는 2022년 3월 22일 "난 남은 생을 감옥에서 지내다가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고 썼다. 이날은 구(舊)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는 경험을 하고도 2021년초 본국으로 귀국했다가 감옥생활을 하던 나발니에게 러시아 법원이 9년의 형기를 추가한 날이었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나발니에게 극단주의, 사기 등의 혐의를 덧씌워 형량을 계속 늘렸다.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로 이감됐고 약 두달 만인 올해 2월 16일 47세의 나이로 의문사했다.

그는 생전에 남긴 글에서 "작별 인사를 할 사람도 없고, 모든 기념일은 내가 없는 채 보내게 될 것이다. 난 결코 내 손자를 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거짓말쟁이와 도둑, 위선자 무리에게 약탈되도록 우리의 조국을 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숨지기 한 달 전인 지난 1월 17일 일기에는 ‘왜 러시아에 돌아왔느냐’는 동료 죄수와 교도관들의 질문에 "난 내 나라를 포기하거나 배신하길 원치 않는다. 신념에 의미가 있으려면 그것을 위해 일어서고 필요하다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신은 나발니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러시아 고위층에 의해 암살될 가능성에 대해 "만약 그들이 날 친다면 내 가족은 (사후 회고록 발간에 따른)선급금과 인세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화학무기가 쓰인 암살 시도에 이어 옥중에서의 비극적 죽음에도 불구하고 책이 안 팔린다면 다른 무엇이 책을 팔리게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면서 "이 이상으로 마케팅 부서가 요구할 만한 게 있겠느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나발니의 사후 회고록은 ‘애국자’란 제목으로 이달 22일 미국 출판사 크노프트를 통해 출간된다. 이후 러시아어판으로도 발간된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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