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54)는 역대 미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의견 표명이 가장 소극적이고 대중 활동도 적은 인물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취임식엔 참석했지만, 초등학생이던 아들 배런의 학교 문제를 이유로 백악관에 들어가지 않아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6개월간 대행했다. 트럼프 취임 첫해 멜라니아의 공개 연설은 8회에 불과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첫해 때 74회 연설을 한 미셸 오바마나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첫해 때 42회를 한 로라 부시와 비교할 때 턱없이 적다.
멜라니아는 백악관에서도 퍼스트레이디 집무 공간인 이스트 윙보다 관저에 머물렀다. 프라이버시라는 이유로 자신의 일정이나 관심사조차 공개하지 않았고 언론 인터뷰도 피했다. 이 때문에 멜라니아는 ‘대중에 무관심하고 냉담한 퍼스트레이디’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언론에서는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렸다. 시에나대 조사연구소의 ‘역대 영부인 평가 보고서’(2020)에서 미셸이 애비게일 애덤스, 엘리너 루스벨트에 이어 3위, 로라는 15위에 오른 반면, 멜라니아는 꼴찌를 한 배경이다. 트럼프 퇴임 후엔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가면서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멜라니아가 11·5 대선을 앞두고 자서전을 펴내며 대중 앞에 섰다. 책 ‘멜라니아’에는 불법 이주 어린이와 부모를 격리하는 정책을 바꾸기 위해 트럼프를 설득해 격리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게 한 일, 부부가 좋아하는 가수 엘턴 존이 코로나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트럼프가 병문안을 가도록 한 일, 영국 국왕 찰스 3세와의 편지 왕래 등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 등이 소개됐다. 영부인 시절 어린이를 사이버 괴롭힘 등에서 보호하자는 ‘최선이 되자(Be Best)’ 캠페인을 벌인 데 이어 요즘엔 위탁 아동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세상일엔 무심하지만, 어린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베일에 싸였던 신비로운 퍼스트레이디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책’이라고 평했다. 김건희 여사의 전방위 국정 관여 의혹으로 정국이 난장판이다. 김 여사가 트럼프 재선 시 만나게 될 멜라니아 정도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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