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성스러운 수산나’(Sancta Susanna)를 관람하던 관객 18명이 쇼크 증상 등을 호소했다. 이 오페라는 독일 초기 현대음악의 거장인 파울 힌데미트가 작곡한 작품으로, 엄격한 수도원에서 본능을 절제하며 생활하던 수녀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1921년 작곡한 이 공연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초연 때도 신성 모독 논란을 일으켜 공연이 한 해 미뤄졌다. 기독교계 반발로 금기시됐던 이 공연은 지난 5일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 성스러운 수산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안무가 겸 연출가 플로렌티나 홀칭거(38)의 각색으로 파격성이 더해졌다. 여성 출연진이 노출하거나, 옷을 벗은 수녀끼리 성관계를 하고, 예수 분장을 한 성악가가 미국 래퍼 에미넴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의 장면이 연출됐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표현하기 위해 무대 위 가짜 피가 낭자한 장면도 넣었다. 공연 전 ‘이 작품은 노골적인 성행위, 성폭력 등의 요소가 포함됐다’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공연 중 일부 관객은 결국 메스꺼움을 느끼고, 실신했다. 오페라 공연 관계자는 "지난 5일에는 8명, 6일에는 10명의 관객을 공연장 측에서 돌봐야 했다"며 이들 관객 중 3명은 공연장으로 온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관객이 사전 경고를 주의 깊게 읽고 공연을 관람할 것을 권장한다"며 "공연 중 보기 힘든 장면이 나온다면 시선을 잠시 돌리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됐을 당시에도 오스트리아 교회 인사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잘츠부르크 대주교 프란츠 라크너는 "신자들의 종교적 감정과 신념을 심각하게 손상함으로써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반면 한 평론가는 "매우 창의적인 원작의 해석이었고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논란 속에 이 오페라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기존 최고 조회 수가 3만8000여 회였던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극장 유튜브의 성스러운 수산나 관련 영상은 조회 수 67만을 돌파했다.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남은 공연에 이어 다음 달 베를린 공연을 앞둔 성스러운 수산나는 전석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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