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 뭐부터 읽어보면 될까요?”

지난 10일 저녁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시작된 ‘한강 앓이’. 한강(사진)의 작품은 주말까지 약 53만 부가 판매되며 대부분의 서점에서 동났고 뒤늦게 한강의 책을 찾아 나선 독자들은 이번 주 서점 매대에 재고가 채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강 작품에 들어가는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3대 키워드는 △시적 산문 △애도의 역사관 △공감의 트라우마로 요약된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한강이어야 했다”는 문단의 평가와 그간의 심사평, 전문가 분석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키워드가 잘 드러난다.

우선,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밝힌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은 큰 힌트가 된다. ‘시적 산문’은 소설가가 되기 이전인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작가의 문체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그중 2018년 펴낸 ‘흰’은 대표적으로 시적 운율을 지닌 소설 작품. 작중 화자의 언니가 될 뻔했던 이에 대한 헌정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흰’ 것들에 대한 65개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인 4·3의 제주와 5·18의 광주를 다루면서도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배경에는 ‘애도’의 정서가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의 작품에 대해 “상처와 고통을 언어로 초월하려는 소망이 담겼다”고 평했다. 그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애도’의 시선을 바탕으로 풀어내 보편성을 획득했다.

‘애도’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트라우마’의 확장은 한강의 작품세계를 완성했다.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이를 언급하며 “‘채식주의자’에서 사적 차원의 트라우마로 시작했다면 이후 역사적인 국가폭력이 만들어낸 트라우마로 눈을 돌린 것. 이게 한강 문학세계의 커다란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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