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권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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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보유’ K - 문학의 미래를 보다
<上> ‘포스트 한강’은 누구     

후보 작가·작품 포함하면 97회

김혜순, 스웨덴 최고권위상 수상
조남주, 해외 최고 판매고 기록
김초엽, 소설 억대 선인세 화제
황보름, 힐링소설로 日서점 1위


1901년 첫 수상자를 낸 후 124년의 역사를 가진 노벨문학상. 소설가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노벨문학상 원전을 보유한 42번째 국가가 됐다. 마침내 한국 문학의 우수성이 전 세계의 ‘공인’을 받은 것이다. 전 세계 문학 독자들의 이목이 뜨거운 지금, K-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이후 전 세계 각지의 서점에서 한 작가의 작품이 동나는 등 신드롬 같은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노벨문학상 관련 매대에 올랐던 세계 저명 작가들의 작품이 물러나고 한 작가를 비롯해 한국문학 작품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K-문학을 향한 세계적 관심이 노벨상 수상에 힘입은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문학의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 수상은 31건에 달했다. 후보에 오른 것은 97건에 이른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중 세계적 거장으로 불려도 손색없을 작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나올 이름이 시인 김혜순(69)이다. 김 시인의 시는 시집을 다루는 전 세계 출판사들이 번역·출간을 위해 경쟁을 펼칠 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55년생인 김 시인은 1978년 평론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 시 등단 후 꾸준히 시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페미니즘의 시적 현현’으로 칭송받는 김 시인의 시는 해외 평단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9년에는 그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국내 최초로 ‘그리핀 시 문학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큰 권위를 자랑하는 ‘시카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이 스웨덴 한림원 소속의 위원들에 의해 선정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의미 있는 수상이다. 올해에도 김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이 재미 시인 최돈미의 번역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 황석영(‘철도원삼대’)과 이전에 후보작으로 선정됐던 천명관(2023년·‘고래’), 박상영 작가(2022년·‘대도시의 사랑법’)도 K-문학의 저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K-문학에 대한 관심은 비단 수상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히 소설가 조남주가 펴낸 ‘82년생 김지영’은 한국문학을 대중적 세계문학으로 도약시킨 기념비적 작품이다. 1980년대생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10개 언어권에서 번역 출간됐다. 번역원에 따르면 조 작가의 책은 2016∼2020년 번역원 지원을 받아 해외 출간된 한국문학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통상적으로 10만 부 이상 판매된 책들을 ‘베스트셀러’로 분류하는 일본 출판계에서만 29만 부 이상 누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공공도서관 대출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조 작가는 일본 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수차례 일본을 찾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상을 받은 한국 작가로는 한강(2023년·‘작별하지 않는다’), 황석영(2018년·‘해질 무렵’)이 있다.

첨단의 감각으로 오늘날의 현실을 그리는 MZ 여성 작가들을 해외 대형 출판사에서 먼저 알아보고 있다는 점도 K-문학의 약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소설가 김초엽의 경우 미국 초대형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와 계약을 맺었다. 한국 저자 데뷔작으로는 최초로 억대 선인세를 받으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지구 끝의 온실’ 두 권을 동시에 계약하는 ‘투 북 딜(2book deal)’을 성사시켜 큰 화제를 모았다. 뛰어난 한국 작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소설가 천선란의 소설 ‘천 개의 파랑’도 글로벌 출판 ‘빅 5’ 중 하나인 펭귄 랜덤하우스와 억대 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에세이와 드라마 각본까지 넘나들며 여성 독자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도 지난 8월 대만에서 출간된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번역원은 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K-문학의 흐름으로 ‘힐링 소설’을 꼽았다. 관계자는 “친숙한 일상적 공간에서 ‘치유’를 주제 삼은 소설들이 해외 시장에서 선호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본어판은 지난 4월 일본 서점 대상 1위에 선정됐다.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영문판 출간 6개월 만에 영국 서점가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흥행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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