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녘땅에서 북한 군인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14일 오전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바라본 북녘땅에서 북한 군인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잇단 ‘무인기 보도’ 노림수

정권 향한 주민불만 해소 위해
외부위협으로 피포위의식 키워

전문가 “美대선 앞 도발 가능성”
軍 “국민안전 위해 北활동 주시”


북한이 ‘평양 상공을 침범한 무인기’를 불안해진 대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이를 국지전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한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무인기 침범을 수단으로 ‘피포위 의식’(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국방부도 “김정은 일가의 거짓 독재 정권에 지쳐있는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이라도 이용해 보려는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조선 인민이 격노하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국가의 신성한 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한 원수들을 가장 철저하게 무자비하게 숙청, 징벌해야 한다는 이 나라 민심의 절규가 하늘땅을 진감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 12일 발표한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는 성명에 관한 기사를 보고 분노에 찬 북한 주민들의 사진을 싣기도 했다. 신문은 “불이 펄펄 이는 눈빛들, 너무도 억이 막히고 치가 떨려 사람들은 두 주먹을 부르쥐고 이를 악물었다”고 묘사했다.

신문은 전날 1면에도 북한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을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민들의 반응을 인터뷰해 상세히 실었다. 북한이 쓰레기 풍선에 대해선 단 한 번도 대내용 매체에 대해 보도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김 위원장이 강력한 집권 명분으로 삼아온 ‘피포위 의식’을 다시금 강조하고, ‘적대적 두 국가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이번 무인기 사태가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외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면 대내 매체에 이 정도로 거친 말과 함께 연달아 싣지 않는다”며 “내부 결속에 문제가 생겼으니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확대해 내부 결속을 꾀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국지적 도발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열어 놓고 봐야 한다”며 “독재자나 취약한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담화를 내고 이번 사태는 우리 군의 소행임을 확신한다며 “자기 국민의 목숨을 건 도박은 처참한 괴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일대에서 연결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가림막 뒤에서 작업하는 것들이 식별되고 있다”며 “빠르면 오늘도 (폭파가) 가능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관련기사

권승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