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팝의 확장
데이식스·QWER·잔나비…
초등학생들도 듣는 음악으로
해외서 주목받는 4인조 더로즈
美 코첼라 이어 유럽 투어까지
보컬·연주 자체로 카타르시스
업계 “K-팝의 보완재가 될 것”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 르세라핌과 에이티즈 등 K-팝 그룹이 도자 캣, 라나 델 레이 등 내로라하는 현지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 무대에 섰다. 그리고 또 한 팀이 있었다. 4인조 밴드 더로즈다. 그들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 밴드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데이식스가 각종 음원차트와 공연계를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다. K-팝이 “정점을 지났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K-밴드는 요즘 “초등학생도 듣는 음악”으로 향유 계층을 넓히며 한국 음악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국경 벽 허물고 약진하는 K-밴드
14일 오전 11시 멜론 차트 기준, 데이식스의 ‘해피’(2위), ‘웰컴 투 더 쇼’(4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6위), ‘녹아내려요’(9위)의 노래 4곡이 톱10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9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각각 열린 공연으로는 관객 3만4000여 명, 4만여 명을 동원했다. 데이식스 외에도 걸밴드 QWER의 ‘내 이름 맑음’(3위), 이클립스의 ‘소나기’(11위), 너드커넥션의 ‘그대만 있다면’(45위),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57위) 등 밴드 음악이 톱100에 고루 포진돼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작곡가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는 최근 밴드 드래곤포니를 론칭했다. 이들은 데뷔 전 홍대 소극장 무대를 누비며 바닥을 다졌고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JYP엔터테인먼트는 데이식스의 성공에 힘입어 또 다른 소속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신보를 14일 내놨다.
일찌감치 K-밴드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씨엔블루도 돌아왔다. 어느덧 데뷔 15주년을 맞은 이들은 같은 날 미니 10집 ‘엑스(X)’를 공개했다. 리더 정용화는 ‘K-밴드 붐’이 조성된 상황에 대해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지금은 밴드 라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많다. 이런 환경의 변화가 밴드 음악을 활성화시켰다”고 말했다.
K-밴드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더로즈는 코첼라 외에도 미주·유럽 투어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발매한 앨범 ‘듀얼’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83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록밴드 실리카겔이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와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에 초청받았고 2019년 데뷔한 웨이브 투 어스는 올 초 아시아·유럽 투어에 이어 9월 미국·캐나다 25개 도시를 도는 북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K-밴드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밴드 음악은 전통적으로 강한 팬덤을 형성해왔다. 신중현밴드, 백두산, 시나위, 부활, 넥스트, 크라잉넛 등이 한국 밴드 음악의 명맥을 이었다. 과거 하드록에 편중됐던 반면 최근 밴드는 범용성이 짙어졌다. 소프트록, 얼터너티브록을 비롯해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하는 밴드가 늘면서 팬층도 확대됐다.
그 결과 일부 밴드는 ‘초통령’으로 거듭났다. 데이식스나 잔나비 등 건전한 가사와 쉬운 멜로디를 앞세운 밴드를 비롯해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 ‘아이돌’을 부른 일본 밴드 요아소비 등이 소구 계층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기존 K-팝이 비주얼과 안무, 멤버들의 개성을 포함한 종합 콘텐츠였다면 밴드 음악은 시각적인 것을 배제하고 기승전결을 가진 음악 자체로 미감과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 록밴드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OST는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더불어 청춘의 도전과 실패 서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K-밴드가 K-팝의 대체재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팬덤 비즈니스인 K-팝과 대중을 주 타깃으로 하는 K-밴드의 지지 기반 및 작용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체재보다는 보완재에 가깝다는 평이다. 임 평론가는 “K-밴드가 기존 댄스 아이돌 포맷인 K-팝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공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융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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