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에 참가해 친부모 찾기에 나선 재스페인 선수단장인 니콜라스 데몬(한국 이름 이인식) 씨의 입양 전 헬스카드.
경남 김해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에 참가해 친부모 찾기에 나선 재스페인 선수단장인 니콜라스 데몬(한국 이름 이인식) 씨의 입양 전 헬스카드.


■ 56년전 입양 니콜라스 데몬

“서류에 한국이름 이인식 기재
은평초 주변 야산서 뛰어놀아
인근에 있던 미군부대도 기억
6년전부터 수소문해도 못찾아”

현재 의사… 메시에 집 팔기도


창원=글·사진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56년 전 해외로 입양돼 한국인임을 잊고 살다가 몇 년 전 교민들을 만나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하면서 아들과 함께 친부모를 찾아 나선 스페인 선수단장의 사연이 주변 사람들을 애틋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11일 경남 김해에서 개막한 제105회 전국체전에 25명의 재스페인 교포선수단을 이끌고 방한한 스위스 국적의 니콜라스 데몬(입양 당시 이름 이인식·62·사진) 씨. 14일 취재진을 만난 이 씨는 1962년생으로 6세 때인 1968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스위스로 입양됐다고 밝혔다. 이 씨와의 인터뷰는 이 씨가 한국말을 못해 통역을 통해 진행됐다.

이 씨는 입양 20일 만에 양부모를 따라 스페인으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 이후 1980년부터 8년간 스위스로 돌아와 정형외과 의사가 됐고 스페인 국적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다시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슬하에 아들(34·건축가), 딸(31·변호사)을 두고 있다. 이 씨는 이번 전국체전에 골프 종목에 참가한 아들과 함께 입국해 스페인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이 씨는 바르셀로나 소유 주택을 축구 스타인 리오넬 메시에게 매각한 인물로 교민 사이에서 유명하다.

이 씨는 어린 나이에 입양돼 50년 넘게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스위스인으로 살아오다 6년 전쯤 바르셀로나 근교의 한 골프장에서 교민들을 만나면서 한국인임을 자각하게 됐다. 2019년 전국체전(서울) 때부터 한국을 찾고 있다. 그는 “뿌리를 찾고 싶어 지난 방문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가 서류를 찾고 친부모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며 “이번 방문 때는 언론의 도움을 받아 찾아보기로 하고 인터뷰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입양 전 “서울 은평초등학교 인근 야산에서 뛰어놀았고 인근에 미군 천막(부대)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부모가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찾아낸 입양 서류에는 ‘고아’로 돼 있으며 본적은 ‘서울시 서대문구 녹번동 산46-1’, 주소는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2의 14’로 돼 있다. 입양 당시 후견인(李曉鍾·이효종)도 지정돼 있었다.

1964년 10월 작성된 그의 홀트아동복지회 ‘헬스카드’에는 생년월일이 ‘1962년 9월 4일’로 돼 있지만 1968년 9월 작성된 서울시장 명의의 ‘후견인 지정 증명원’에는 ‘1962년 1월 20일’로 기록돼 있다.

이 씨는 “어린 시절이 꿈속에서 맴돌 때가 많았는데 몇 년 전에야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번 방문에서 친부모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의 아들도 “아버지의 바람이 이뤄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꼭 만나보고 싶다 ”고 말했다. 이 씨는 전국체전 폐막 후 5일가량 더 머물며 친부모 찾기에 나선 후 오는 22일 출국할 예정이다.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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