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최근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와 최첨단 기업들의 한국 기업 추월은 중국 정부와 인민들이 오랜 기간 보여준 열정의 산물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신중국 75년 경제 사회 발전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3조3278억 위안(약 635조 원)을 기록했다. 2022년 처음 3조 위안(약 572조 원)을 돌파했는데 1년 사이 10% 이상 더 늘린 것이다. 세계 100대 과학기술 클러스터 중 중국의 클러스터 수는 올해 26개로 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가 발표한 ‘올해 가장 인기 있는 상위 10개 학과’에선 전기공학과, 자동화학과, 전자정보학과, 기계설계제조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공대 학과가 휩쓸었다. 반면, 한국은 서울대 공대생들도 의사가 되겠다며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니 미래가 더 암울해진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조기에 도래하며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제 기상이변, 전염병, 생명 연장, 식량 부족 등 인류가 가진 문제는 과학기술만이 해결할 수 있다. 그 위기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고 강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굳이 중국과의 경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고, 과학 인재 양성에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도내에 1개뿐인 과학고를 늘리는 안을 추진하는 것은 귀한 희소식이다. 벌써 도내 12개 시(市)가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는 지역 학부모와 학생들도 환영한다는 의미다. 실제 경기도 학생 수는 대한민국의 3분의 1인데 도내 유일 과학고 입학경쟁률은 10 대 1로 전국 평균인 3.9 대 1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과학고를 일종의 특권 교육, 지자체 간 서열화 등으로 치부한 것이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교육계 내부에선 평가한다. 설사 이들의 우려대로 과학고 증설이 서열화와 의대 지망생 양성의 문제를 낳더라도 어쨌든 이공계 대학 진학을 이어갈 인재는 늘어나고, 과학기술 저변은 확대될 것이다.

10년간 수도권 교육 행정을 책임져온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에 과도한 이념을 투영한 것은 이미 여러 가지 심각한 한계를 노출했다. 학생 인권에 치중한 나머지, 교사의 인권은 외면받았고, 경쟁을 막겠다며 공교육의 기초학력평가조차 막은 것은 값비싼 사교육을 받은 서울 강남 3구 출신들의 명문대 합격 비중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과학기술 교육에 대한 투자와 저변 확대만큼은 진보·보수, 좌파·우파를 떠나 한목소리가 돼야 한다. 기회가 공평하다면 과학기술을 향한 치열한 경쟁과 엘리트 교육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과학 교육 강화, 이를 통해 길러진 인재들이 개발하게 될 초격차 기술의 파급효과는 부자들, 기득권층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 서민들을 위해 폭넓게 번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