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노벨 경제학상 3인이 본 ‘한국 경제발전’
본지포럼 강연했던 아제모을루
“남북한, 분단전 경제수준 비슷
시간 지나면서 격차 10배 이상”
‘北제도 변화 기대 어렵다’전망
韓의 대기업 의존 문제도 지적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들이 분단 전 비슷했던 남북한이 10배 이상의 경제 격차를 보인다는 점을 들며 한국의 경제발전을 바람직한 제도에 바탕을 두고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등 어려운 과제에 당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다론 아제모을루(영어 표기 ‘대런 애스모글루’·5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대학 측이 주최한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에 대한 질의에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 저자이자 지난 2022년 문화일보 포럼인 ‘문화미래리포트(MFR)’에 연사로 참여했던 아제모을루 교수는 “남북한은 분단되기 이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격차가 10배 이상으로 벌어진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같은 한국의 발전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매우 어려웠지만,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사이먼 존슨(61) 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와 함께한 공동 회견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한국계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존슨 교수는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며 “이는 우리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지향하게 만들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64) 미 시카고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이날 한국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경제학자는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새로운 생각 및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경쟁 압력을 통해 도전에 대처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해선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 시스템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굳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장거리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좋은 제도가 포용적인 성장을 가져오고 더 많은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해서 지배층이 그런 제도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도 “중국은 현대적인 포용경제와 맞지 않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며 “북한 역시 전체주의적 독재 정치체제 탓에 자발적인 변화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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