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끝내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경영권 장악에 나선 MBK·영풍 측은 14일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로써 MBK 연합의 지분은 38.47%로 늘어, 일단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83만 원으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89만 원)보다 낮았지만, 최 회장 측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영풍의 가처분 신청이 주주들을 끌어들였다. 최 회장 측이 오는 23일까지 10%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백기사인 베인캐피탈이 2.5%를 공개 매수해도 지분은 36.4% 정도에 그친다. MBK 연합 측은 이달 23일 이후 임시주총을 소집해 이사진 교체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연금(7.9%)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영권 분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고려아연이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LG·한화 등과 손잡고 신산업도 적극 추진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 변동은 회사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사모펀드인 MBK가 영풍 측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MBK 측은 지속 경영을 강조하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차익 실현을 위해 일부 사업·지분의 해외 매각 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유독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등한시한다. 대기업에 대해선 방관 수준이다. SK 같은 대그룹 계열사조차 사모펀드의 공격을 받아 왔다. 창업을 독려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대기업이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의 장단점이 있지만, 경영권 공격을 허용하는 만큼 상응한 방어 장치도 있어야 형평에 맞는다. 건실한 기업까지 기업 사냥의 대상이 된다면, 국가 경제의 미래도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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