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주차를 넘어 후반으로 가고 있지만, ‘민생·정책 국감’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감시나 민생 현안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정쟁·막말·추태’를 보이면서 ‘정쟁·파행 국감’으로 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 14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정감사와 관련해 막말을 쏟아낸 양문석·장경태·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추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지난주 내내 민주당의 정쟁 막말 갑질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양문석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와 국악인 원로 등의 청와대 간담회 도중 이뤄진 가야금 독주, 판소리 제창 등을 트집 잡아 “청와대를 기생집으로 만들어 놓았나. 이 지×들을 하고 있다”고 폭언했다. 그의 언행은 시정잡배보다 저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게다가 걸그룹 뉴진스 멤버인 하니를 국감장에 불러놓고 공사(公私) 구분을 하지 못하는 의원들과 증인의 추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니는 소속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하기 위해 국감장에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증인으로 나온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하니와 별도 만남을 갖거나 ‘미소 셀카’를 찍는 등 공적 본분을 잊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로 입장하는 하니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기 위해 입구에서 쪼그려 앉아 촬영하고 별도의 만남까지 추진하자, 여당은 ‘최 위원장이 국감 진행 도중에 회의장을 비우고 하니를 만나고 온 것 아니냐’며 특권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정 사장에 대해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셀카를 찍느냐. 웃음이 나오나” 하고 질타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국회에 ‘직장 내 갑질’을 고발하러 온 뉴진스 멤버를 최 위원장이 특권을 이용해 상임위 대기실로 가서 별도로 만났다는 점”이라며 “최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사생팬(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사로운 일상생활까지 추적하는 극성팬)으로 팬심을 채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를 부인했고, 여야 간 공방으로 결국 국감은 파행됐다.

국회 현관에서 쪼그려 앉아 하니를 촬영하는 행태나, 노동자 사망 사고로 국감에 불려 나온 기업 사장이 하니와 부적절한 미소로 인증샷을 찍는 행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품위를 훼손하는 몰상식한 추태다.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민생·정책의 현장이 돼야 할 국정감사장을 팬 미팅 장소로 변질시키는 추태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감 도중 국회의원과 증인이 자랑질을 위해 연예인 사진을 찍는 관종적 추태를 보이고 있으니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4·10 총선 이후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독주와 타협 없는 정부·여당의 강경 노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이대로 계속 추태와 정쟁만 벌인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 커질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남은 국감의 시간이라도 정쟁·막말·추태를 중단하고 민생과 정책 현안으로 알차게 채우기 바란다. 국회의원에게 주는 세비가 아깝다는 소리, 국회를 해산하라는 분노의 목소리를 더는 듣지 않기를 바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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