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GA 유송규 ‘박카스 1만병’으로 본 홀인원 상품 변천사
몸무게 만큼 받은 금문고량주에
3억 상당 벤틀리 놓친 아마추어
시대 흐름·후원사따라 각양각색
베테랑 이정민 4월에만 두차례
올 KPGA 15개·KLPGA 20개
우승만큼, 아니 더 기쁜 홀인원이다. 재미있는 홀인원 부상의 역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송규는 17일 강원 양양의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더채리티클래식(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에서 이색 홀인원 상품을 받았다. 11번 홀(파3)에서 자신의 KPGA투어 데뷔 첫 번째 홀인원의 기쁨을 맛본 유송규는 부상으로 박카스 1만 병을 선물로 받았다.
대회를 주최한 동아쏘시오그룹은 11번 홀을 계열사인 동아제약의 간판 상품의 이름을 따 ‘박카스홀’로 명명했고 이 홀에서 경기하는 선수에게 모두 한 병씩 선물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홀인원을 기록하는 선수에게 박카스 1만 병을 부상으로 내걸었다. 최근 보기 드문 이색 홀인원 부상을 받은 영광의 주인공 유송규는 “11번 홀에 들어갈 때 준 박카스를 먹고 정신을 차려 홀인원이 나왔다”면서 “부상으로 받게 될 박카스는 기부도 하고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식당에 둬 손님들과 홀인원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기뻐했다.
최근 K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일반적으로 홀인원 부상으로 고급 승용차와 안마의자, 침대, 명품시계, 의류교환권 등을 내걸고 있다. 이를 가져가는 선수가 탄생하지 않더라도 현장을 찾는 갤러리는 물론, TV 중계와 선수 인터뷰 등을 통해 확실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수천만 원 상당의 부상이 주어지는 덕에 우승 못지않게 홀인원을 기다린다.
유송규가 데뷔 첫 홀인원으로 받은 박카스 1만 병은 약 600만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다른 홀인원과 비교해 금액적 가치는 적어도 화제성만큼은 확실했다는 평가다. 올해 KPGA투어는 17일까지 15개, KLPGA투어는 20개의 홀인원이 나왔다. 이 가운데 KLPGA투어에서 경기하는 베테랑 이정민은 올해 4월에만 두 차례 홀인원을 연거푸 기록했다.
유송규가 받은 박카스 1만 병에 앞서 역대 K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 선수들에게 내걸었던 홀인원 상품은 다양했다. 대회를 후원하는 주최사,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 따라 한우 한 마리와 80㎏짜리 쌀 400가마를 내걸기도 했다. 2009년 중국 샤먼에서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는 임지나가 홀인원으로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중국 전통술인 금문고량주를 받았다. 2016년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는 정예나가 우승 상금(1억 원)보다 비싼 1억3000만 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홀인원 부상으로 받았다.
통계에 따르면 홀인원은 1만2000분의 1의 확률로 탄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프로골퍼의 확률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고도 거액의 부상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2012년 한화금융클래식에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출전했던 서연정이 당시 무려 3억 원에 가까운 벤틀리 승용차가 걸려있는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선수에게 상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에 따라 당시엔 서연정에게 부상이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연정은 그보다 앞서 스스로 부상을 포기해 더욱 화제가 됐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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