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9월 27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리아인 A(39)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내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귀추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테러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국내에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케이스였다. 그런데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게다가 검찰이 상고한 지 5년 2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문제의 A 씨는 2007년 한국에 입국했다. 시리아 내전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정부로부터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고 경기도의 폐차장 등지에서 일했다. 그는 국내에서 수년 동안 SNS에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홍보 영상을 올리는 등 단체 가입을 선동한 혐의로 2018년 7월 구속기소 됐다.

대법원은 “테러단체 가입에 관한 내용이나 테러단체에 가입하라는 취지가 반드시 명시적·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우 등에만 선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또, “피고인이 글과 영상을 게시하고 선전 매체 명의 계정의 텔레그램을 링크하는 행위는 테러단체의 활동에 대한 단순한 지지·찬양·동조를 넘어 테러단체인 IS에 가담·동참하는 행위를 고무하는 취지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시했다. 이어 “원심(2심)으로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테러단체 가입이 실행되는 것을 목표로 충동하고 격려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 심리했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A 씨에 대한 유죄 취지 판결의 입장은 테러단체 가입선동죄를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의 형태로 파악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피고인으로 한 내란음모·선동죄사건 판결(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내란선동죄의 경우 현실적으로 폭동이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 위험성’까지를 요구하지 않고, ‘내란 결의를 유발 또는 증대시킬 위험성’만으로 충분하다는 추상적 위험범 입장을 채택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테러단체 가입선동의 경우 행위불법의 차원에서 실행시킬 목표와 피(被)선동자의 구성 및 성향, 선동자와의 관계 입증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피선동자가 테러단체 가입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있는지만을 파악하면 된다.

대법원은 “테러단체 가입을 선동한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테러단체 가입 권유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테러단체 가입선동과 관련된 논란을 정리한 판례로 그 의미가 크다. 테러단체 가입선동 행위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나는 추세였고, 그 수단도 날로 다양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이로써 5년 넘게 계속된 법 집행의 공백을 해소하게 됐다. 나아가 대(對)테러 행정의 적극성 확보는 물론, 국가안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법 집행 당국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외국 테러단체 가입선동에 연루되지 않도록 적절한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 이는 외국인들이 테러단체 가입과 관련해 불측(不測·예측할 수 없음)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사전에 계도를 한다는 점에서 인권 신장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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