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무명 정치 컨설턴트에 與 혼돈
金 여사 문자에 국민 낯 뜨거워
尹, 공적 아닌 사적 라인에 의존

비서실 소외되고 실세만 득세
참모 존중도 않으니 불만 터져
정치 동지 점점 없어지고 고립


자칭 ‘정치 컨설턴트’라는 명태균 씨의 말 한마디에 여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명 씨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권을 들었다 놨다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 참담하고 낯이 뜨겁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외부 공격에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도대체 명 씨가 어떤 일을 했길래 용산 대통령실과 유력 정치인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무력하게 당하고 있는 것인가.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논란이 커지는데도 누구 하나 나서 수습해 보겠다는 사람이 없다. 다른 일 같으면 벌써 소송을 하는 등 정면 대응했을 텐데 명 씨의 반박에 다들 두 손을 든다. 지지층은 물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것은 15일 명 씨가 공개한 카톡 대화 내용이다. 도대체 대화 내용에 나오는 ‘오빠’가 누구인지 전 언론이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하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 “지가 뭘 안다고”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등의 문자이다.

대통령실 측은 여기에 등장하는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친오빠인 김진우 씨를 지칭한 것이라고 하고, 명 씨는 다음 날 언론에 오전에는 “친오빠”라고 했다가, 오후엔 윤 대통령을 암시하는 등 헷갈리게 만든다. 마치 전 국민이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라는 투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까 “이런 문자가 2000개나 있다”고 부풀린다. 자신의 발언으로 정치권과 언론이 요동치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인정 욕구가 작동한 것 같다.

이 문자에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오빠가 누구든 발언의 품격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부인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또, 명 씨에게는 이렇게 곧바로 사과하면서 왜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인색하냐는 지점이다. 대통령실이 아무리 친오빠라고 해명해도 국민은 대선 전 “우리 남편 바보”라고 했던 ‘서울의소리’ 녹취록을 떠올리면서 윤 대통령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증거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첫째, 윤 대통령 부부가 공적인 라인보다는 사적 라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윤 대통령 주변에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등 당내 의원들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친윤 중 명 씨의 존재를 알고 경고했던 인물은 경남이 지역구인 윤한홍 의원밖에 없다. 다른 의원들은 그 존재조차 몰랐다. 이런 명 씨가 윤 대통령이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날 당시 배석하거나 주선했다니 황당하다. 명 씨 입장에서는 자신이 실세이자 대선 공신이라고 인식할 만하다.

지난 4·10 총선 패배 직후 윤 대통령이 비서실이 아니라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에게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 실무를 맡긴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대통령실 내 ‘한남동 7인회’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논란은 법적 자격이 없는 김 여사가 이런저런 일에 너무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둘째, 참모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에는 의리가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통령이 되고부터는 참모들에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참모들은 자기 인생을 걸고 대통령실로 오는데도 승진과 보상에 인색했다. 이러니 불만들이 외부로 터져 나오고 있다.

셋째, 정치적 동지가 사라지고 있다. 초기 친윤 멤버인 장제원 전 의원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철규·윤한홍 의원 등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권성동 의원만 최근 용산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 뿐인데 적극적이지 않다. 김종인·이준석·김기현·나경원·안철수 등과 모두 멀어졌고, 20년 검찰 후배 한동훈 대표와는 얼굴도 맞대기 싫은 관계가 돼 버렸다.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 후과가 너무 크다. 누가 나서 수습하거나 피를 묻히겠다는 인사가 없다.

방법은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라는 윤 대통령 책상 위 명패 문구대로 실천하는 일이다. 다음 달이면 벌써 임기가 절반을 넘어선다.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논설위원
이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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