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불발 시 자체 핵 개발 카드를 내세워 나토에 우크라이나 가입 승인을 압박하고 나섰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 재운용과 나토 가입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해야 하며 무산될 경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던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후인 1994년 12월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미국·영국으로부터 영토·주권을 보장받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합의 결과, 우크라이나는 핵 방패를 잃으면서 러시아의 침략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핵무기를 유지한 다른 강대국은 전면전을 겪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 대신 나토를 선택한 만큼 나토 가입을 허용해줘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의사를 밝혔으며 “정당한 주장”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고 있지 않다. 오늘 내 말은 나토 가입보다 더 강력한 안전보장 방법이 없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추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필요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이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