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주년 공연 ‘이적의 노래들’
나흘간 1만2000석 매진
김동률과 ‘카니발’ 무대
“20대에 쓴 곡, 마치 지금 부를 것을 계산한 것 같아요.”
이적(50·사진)의 이 한마디는 그의 지난 30년 가수 인생을 응축하고 있었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달팽이),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거위의 꿈)라고 외치던 20대 이적의 패기는 어느덧 50대 이적이 건네는 위로로 치환됐다.
이적은 30주년을 앞두고 지난 17∼20일 나흘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적의 노래들’을 개최했다. 1만2000석이 꽉 찼다. “이렇게 큰 규모 공연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운을 뗀 이적은 바닷속을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웨일 송’으로 무대를 열었고, ‘숨’과 ‘민들레, 민들레’ 등 평소 라이브로 들려주지 않던 곡을 골랐다. 그가 청혼가로 만들었다는 ‘다행이다’를 부를 때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노래하고, 공연할 수 있는 건 여러분 덕분이다. 여러분이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통기타를 든 이적은 “한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고 김민기를 언급했다. 김민기를 “저의 영웅”이라 칭한 이적은 “표현에 능한 분이 아니었다. 좋은 말보다는 씩 웃으며 ‘허허’ 대견하게 바라봐주시는 모습에 힘을 받았다. 올해 제 공연에는 그 아름다운 사람을 위해 꼭 노래하고 싶었다”면서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선곡했다. 이어 들려준 리메이크곡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를 때는 “‘김광석 선배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면 어떻게 부를까’ 생각하며 다시 불렀다고 하니, 김민기 형님이 ‘깜찍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이적과 게스트로 참여한 김동률이 오랜만에 합을 이룬 ‘카니발’의 무대였다. 무대 위로 등장한 김동률의 “참 어렸었지”(그땐 그랬지) 한 소절에 객석은 자지러졌다. 두 사람이 카니발로 뭉친 건 2015년 김동률의 공연 이후 9년 만이다. 이적은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김동률을 “가요계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고, 김동률은 “오늘이 2024년 첫 번째 공식 스케줄”이라고 거들었다. 김동률은 이적을 위해 기꺼이 나흘 내내 게스트로 힘을 보탰다. 무대 위의 훌륭한 악기가 된 두 사람이 ‘거위의 꿈’으로 하모니를 맞추자 관객들은 젖은 눈가를 두드렸다. 두 사람은 “우리가 각자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가끔 함께 무대에 섰을 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 ‘괜찮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적은 지난달, 4년 만에 발표한 신곡 ‘술이 싫다’도 들려줬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결정된 후 그가 관객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물하고 싶다고 만든 곡이다. 이적은 “제 기존 노래들과 다른 통속적 느낌의 이별 가사를 담은 발라드다.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150분에 걸친 무대를 마무리하는 앙코르곡은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함께 부른 ‘압구정 날라리’와 ‘왼손잡이’였다.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인 그의 유쾌한 일탈과도 같은 곡으로 무대를 마무리하며 이적은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곡을 내고 공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즐겁게 뜨겁게 노래하겠습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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