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최용준(36)·김민서(여·35) 부부
저(민서)와 남편을 이어준 건 ‘정전기’였어요. 저는 20년 지기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동네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여행 때 사온 선물을 건넬 겸 나간 자리에서 남편을 처음 봤죠. 남편 첫인상은 ‘참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차분하고 얌전했습니다. 다음날, 숙취 걱정을 하며 연락을 하기 시작한 저희는 점차 마음에 호감을 키워나갔는데요. 어느 날, 석촌호수를 거닐며 데이트하다 서로의 손이 스치면서 찌릿찌릿 정전기가 계속 일더라고요. 결국, 남편이 “정전기 때문에 따끔해서 못 걷겠다”라며 덜컥 제 손을 잡았고 그걸 계기로 연인이 됐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남편의 답답함을 보다 못한 ‘정전기의 신’이 도와준 건 아니었나 싶어요.
저희 관계는 연애 1년 차에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남편이 뜬금없이 이별을 통보했기 때문이에요. 특별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죠. 근황이 다시 들려온 건 5개월 즈음 지난 후였어요. 몹시 후회하고 있다며 문자가 왔는데요. 다시 만난 남편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살이 빠져있었어요. 남편은 결혼에 대한 경제적 문제 등을 고민하다 헤어지자고 했지만, 이별하고 나서 많이 후회했다고 해요. 오랜 대화 끝에 오해를 풀고 다시 손을 맞잡았답니다.
남편은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것까지 챙기는 세심한 사람이었어요.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남편은 몇 년 전 작고하신 친정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결혼식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같은 성당에 다니셨는데, 그곳에서 식을 올리면 의미가 있을 거라면서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하는 결혼식이라는 말에 눈물부터 났던 것 같아요. 1988년 동갑내기인 저희 부부에게 오는 11월 같은 용띠 아이가 태어난답니다. 서로를 닮은 건강한 아이를 낳아 용띠 세 명이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게 가장 큰 꿈입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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