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위기는 내부 이탈로 촉발 지지층 향한 인사와 정책 필수 현 정권 이탈자 폭로 점입가경
여론 조작과 아부에 쉽게 속고 말솜씨와 실력 구분 못 한 원죄 양질의 經世家 뽑는 혜안 절실
집권 여당의 내부 불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차담(茶談)이 언론의 주요 뉴스로 보도될 정도로 공공연하다. 여당 내부에서는 대통령과 가족의 보호가 정권 안정에 필수라는 주장과, 대통령 가족 문제의 해결이 미래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이 대립해 왔다.
정권의 위기는 지배 연합 구성원의 이탈로 가시화한다. 대체로 상대 진영의 공격보다, 이탈한 진영 내부 출신의 공격이 더 치명적이다. 이번 달 내내 각종 매체의 주요 콘텐츠는 대통령실에서 근무했거나 아니면 정권 출범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비선 책사였다고 자처하는 두 인사의 언행들로 채워졌는데, 모두 자신의 희망이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불만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정권을 포함한 모든 집단은 구성원 간 혜택 배분이 잘돼야 잘 유지된다. 정권 창출 기여도에 대한 자기 평가가 과하면 공유하기 어려운 재화나 서비스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생겨 조직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정권의 대표적 전리품으로 여겨지는 관직의 배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정된 자리 때문에 갈등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선거 후보의 공천이 그런 예다. 최근 논란이 된 두 인사의 발언도 공천이 희망대로 이뤄지지 않자 갈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공공재(public good) 또는 클럽재(club good)의 혜택은 배분 갈등을 겪지 않는 편이다. 공공재와 클럽재는 각기 국민 대다수 또는 진영 대다수의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윤 정부 출범 때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는 그런 국정 서비스로 공유되는 듯했다.
민주국가 정권이 지속되려면 국민, 적어도 지지층에라도 국정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공공재적 또는 클럽재적 정책의 개발 및 추진이 필수적이다. 이전 정권 또는 야당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 정책의 성과 및 체감이 그 인적자원의 능력에 따라 좌우됨은 물론이다.
인간 군상은 권력자에게 인정받아 발탁되려는 경향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인사들도 한때 정책적 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론조사 기술이나 시민 소통 능력을 권력자로부터 인정받았던 것 같다.
각종 오차나 계수 값을 직접 계산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라면 표본 추출 방식(명부 활용, 성향 분류, 예비조사, 허위·조율 배경), 질문 방식(보기, 순서, 유도, 정보 제공), 집계 방식(가중값) 등으로 조사 결과가 바뀔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이런 낮은 수준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지도자급 엘리트가 다수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실력을 간판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나, 세 치 혀의 말솜씨를 실력과 구분하지 못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여론조사 조작·선동·아부는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다. 낚이는 사람이 바보처럼 보이지만, 막상 당하는 사람은 너무나 쉽게 당하기도 한다. 대중은 댓글에 영향받듯이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받는다. 다수 의견을 따르는 성향의 대중은 더욱 그렇다. 이는 후보의 정책 능력이나 봉사 진정성이 없어도 유권자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조삼모사(朝三暮四)가 통한다는 전제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여론조사 조작 논란은 조사치를 얼마나 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의 조사치는 모든 걸 정하지도 않고 또 알려주지도 않으며 분명 한계가 있다. 현직 때의 국정 수행 지지도와 후세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다수의 의견이 늘 옳은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수 의견이 지속적이라면 존중해야 한다. 설사 다수의 생각이 맞지 않고 또 일시적이더라도, 그 파급효과를 고려해서 관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부정확한 판단을 내린 다수의 행동으로 역사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정 수행 지지도가 낮을 때는 정권 내부의 이탈도 빈번해지고 또 정권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도자는 경세가(經世家)의 혜안을 가져야 한다. 지도자를 선출하는 유권자도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양질의 국민에게서 양질의 지도자가 나오고, 양질의 지도자에게서 양질의 정책과 정치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