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 등을 제보한 강혜경 씨가 명 씨가 김 여사와 ‘영적 대화’를 나눴으며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권 정치인들을 줄줄이 명 씨와 관련한 인물들로 폭로하면서 내용의 진위를 떠나 여권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이나 명태균 대표, 이분들은 절대 정치에 발을 디디면 안 될 것 같고,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어서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고 밝힌 강 씨는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이자 보좌관이었다. 또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도 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회의 참석 등 순방에 동행하는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회의 참석 등 순방에 동행하는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강 씨는 “명태균이 김 여사와의 친분을 주변에 자랑하면서 종종 장님무사,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얘기를 했다는데 들은 적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기 때문에 장님 무사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의미로 명 대표가 김 여사에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명 대표는 김 여사와 영적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2021년 6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였던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열흘 만에 사퇴한 것은 명태균이 김 여사에게 두 사람의 기운이 상충한다고 했기 때문이냐”는 질문에도 “명 대표에게 그렇게 들었다”고 답했다. (명 대표가) 두 사람이 많이 부딪힐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김 여사가) 바로 사퇴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명태균이 김 여사와 통화한 음성을 스피커폰으로 튼 적이 있느냐. 같이 들은 적이 있느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문에는 “그렇다. 그중 하나가 ‘오빠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윤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씨는 이전과 동일하게 “김(건희) 여사가 돈을 챙겨주려고 한다고 해서 명태균 대표에게 (여론조사 비용) 견적서를 보냈는데 (명 대표는) 돈은 안 받아왔고, 김영선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면서 “김 여사가 공천을 줬다”고 거듭 주장했다.

실제 강씨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3일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강씨는 “대통령 선거할 때 우리가 자체조사를 엄청 많이 했다”며 “김 여사한테 (명태균) 본부장이 돈을 받아오겠다고 저한테 (여론조사 비용) 청구서를 만들라고 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당시 들어간 여론조사 비용이 총 3억7500만 원 정도라고 밝히면서, 명씨가 당시 윤 대통령 내외를 만나기 위해 탑승한 서울행 비행기표도 일부 공개했다.

강씨는 명씨가 상경해서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 전 의원의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아왔고, 김 여사가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이날 법사위에서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상현 공관위원장이 힘을 합쳐서 창원 의창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었고, 김 여사가 공천을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명씨가 김 여사와 ‘이렇게 이렇게 일을 했다’라는 얘기를 수시로 저한테 해 왔고, 김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스피커폰으로 평소에 많이 들려줬기 때문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가 힘을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을 시켜 명 씨 생계를 챙겼다고도 했다. 강씨는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기여를 했고, 김 여사가 명태균과 자녀를 챙겨야 된다 생계 유지를 해줘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세비로 도와줬다”고 했다. 이어 그는 “김 전 의원이 세비를 받으면 제 계좌를 통해서 현금을 만들어서 명태균 대표한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급됐다”고 밝히면서 해당 비용이 9600만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2022년 4월22일 명씨가 “박완수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왔다. 오래 살려고 박완수도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네”라며 “평생이 기도야. 참나 환장하네”라고 언급한 부분도 나온다. 통화가 이뤄진 날은 박완수 경남지사가 당내 경선을 거쳐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로 확정된 날로, 명씨가 박 지사 공천에도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대화다. 강 씨는 이날 박 지사 및 윤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등 명 씨와 ‘거래’를 했던 정치인 명단 27명도 공개했다.

강 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며 김 여사가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박세영 기자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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