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의 사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차량 전자제어장치(ECU) 전문가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재판에서 ECU 전문가가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 2부는 22일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였던 도현 군의 할머니 A(60대) 씨 등 유족 측이 차량 제조사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7억6000만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 7차 공판에서 원고 측이 신청한 박정철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원고 측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2016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사고 차량인 티볼리에 장착된 ECU를 제조한 회사에서 ECU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의 세타 엔진 ECU 개발과 양산 차량의 후속 관리 등 ECU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라는 게 원고 측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ECU의 구조가 복잡해 차량 출력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다양하며, 개발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결함이 양산 이후 드러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ECU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에는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가속, 즉 급발진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차량 제조사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에러 진단 로직(디지털 논리 회로)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만약 급발진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에러 진단 로직을 적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피고인 KGM 측도 신속하게 전문가를 섭외, 도현이 가족 측의 의견을 반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10일 재개되는 8차 공판에서는 박 변호사를 상대로 ECU의 결함 여부를 밝히기 위한 원고 측 변호인과 운전자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피고 측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하용수 변호사는 재판 직후 "우리나라 최초로 ECU 소프트웨어 결함에 의한 급발진에 대해서 ECU 제조업체에서 5년 동안 근무한 전문가 증언이 채택돼서 오는 12월 10일 재판에 출석하게 된 것은 랜드마크적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 변호사는 "전문가 증언을 통해 ECU가 차량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ECU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파악할 수 있는 진단 기능들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ECU가 브레이크와 브레이크 등을 어떻게 제어하고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는 어떻게 기록되는지, EDR의 한계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증언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너무나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2월 6일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서 도현 군의 할머니가 운전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탄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는 크게 다쳤다. 할머니의 아들이자 도현 군의 아버지인 이상훈 씨는 지난 1월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경찰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어머니(운전자)에 대해 재수사에서도 혐의 없다는 결론을 냈다"며 "어머니의 무거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벗어드리고자 검찰에서도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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