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가 바라보는 가운데 지난 6일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가 바라보는 가운데 지난 6일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 ‘윤 - 한 면담’ 사안마다 인식차 확인

金특검법 싸고 ‘가시돋친 대화’
인적쇄신 놓곤 면담내용 엇갈려

金여사 대외활동·의혹 관련도
尹 “金 자제중… 수사 지켜봐야”
韓 “위기 해소 조치·대응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빈손 면담’을 계기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본격적인 결별 수순으로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당·정이 국정현안을 놓고 부딪치면서도 ‘이견이 있는 게 민주주의’라며 봉합 시도를 하는 컨센서스가 있었다면, 이날 면담을 기점으로 당·정이 대척점에서 치고받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대통령실 및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성사된 면담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 처리 때 제가 30명을 설득했는데 여론이 악화되면 걱정된다”며 우회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한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당 의원들이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해야겠다’고 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여당 의원들을 믿고 있다는 표현인 동시에,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관련 ‘3대 요구’를 하는 등 사실상 ‘야당의 입장에서 용산에 대한 공격을 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말로 자신과 대척점에 서 존재 의미를 증명하려는 한 대표가 ‘추후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한 대표의 ‘여사 라인’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인적 쇄신의 대상이 어느 직위에 있는 누구인지,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조목조목 적어 비서실장에게 전달해달라. (명단을 보고) 필요한 조치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면전에 8명가량의 실명을 거론하고, 또 다른 한 명에 대해서는 부적절 처신 사례도 언급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스스로 외부 활동을 굉장히 자제하고 있다”며 “다만 영부인으로서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를 완전히 내팽개칠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공식적이고 완전한 김 여사 활동 중단을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필요한 행사 참석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11월 초 제2부속실이 출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대표는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서는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명 씨 관련 이슈에서) 끌려다닐 수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니까 지켜봐야 될 것”이라는 원론적 답을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또 “정치공세에는 (당도) 정치공세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야권의 비이성적인 용산 공격에 대해 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은 전날 면담 분위기에 대한 인식차도 크게 드러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왜 면담이 부정적으로 알려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미국 대선 전망까지 웃으면서 하는 등 분위기가 괜찮았다”고 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한 의원은 “한 대표가 국민 우려를 전달했고,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김 여사 이슈에 있어) 완강했다”고 했다.

손기은·김규태·윤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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