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 데뷔 15년… ‘명문화랑’ 학고재서 열네 번째 전시
阿특색 두드러진 카펫 연작
‘탈’ 재해석한 신작 등 35점
“다빈치·바스키아 형님 따라
혼자서 연습하며 그림 공부
혹평 알지만 멈추진 않을 것”

거장들을 거침없이 ‘형님’이라고 부르더니 자신에 대한 냉혹한 평가에도 덤덤하다. 그리고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배우 하정우(46·사진)다. 2010년 첫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서도 활동해 온 그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열네 번째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 미술계의 다소 곱지 않은 시선에도, 어느덧 열네 번째라 놀라운데, 더 중요한 건 이것. 백남준과 윤석남 등의 작품을 주로 선보여 온 명문 화랑, 학고재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최근 개막 직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정우는 학고재의 명성과 역사성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전시가 더욱 기쁘고, 그만큼 각오도 했다”고 밝혔다.
신작 35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가족 아닌 누구한테도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지 말라”는 뜻으로, 영화 ‘대부’의 명대사를 차용했다. 그동안 주로 인물을 그려온 하정우는 그 연장선이면서 변형·발전된 시리즈를 내놓았다.

학고재 측의 제안으로 한국의 탈을 재해석한 것으로, 그간 배우로서 경험한 다양한 페르소나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다. 또 아프리카의 토속적 문양이 두드러지는 카펫 시리즈도 새롭게 선보인다. 영화 ‘비공식작전’(2023) 촬영을 위해 모로코에서 수개월을 보내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것이 바로 페르시안 카펫이었다. 반복적인 선과 기하학적 문양에 매료된 그는 매일 선을 긋고 또 긋고, 면을 나누고 채워 나가는 행위를 ‘기도’ 삼아 그 당시를 버텼다고 회고했다.
“배우와 화가의 삶이 요즘은 5 대 5가 된 것 같아요.” 영화를 찍지 않는 시간은 온전히 ‘그림’뿐이다. 하정우는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작업실을 오가는데, 그것이 주는 “안정감과 평온함이 굉장히 크고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진정성과 성실에 비해, 여전히 작품이 예술적으로 의미 있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는 않을까. 그는 “그리는 일이 너무 좋다. 지금 인정받고 안 받고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1만 시간의 법칙을 믿는다. 계속 쌓아 나가다 보면, 일흔 살이 됐을 때엔 조금 ‘평가’받아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전시에서는 하정우가 처음 시도한 200호 크기(193.9×259.1㎝)의 대작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또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제 작품 세계가 두서도 맥락도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저로서는 조금씩 ‘진화’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이날 프리뷰 현장에서 만난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K-컬처’의 시대 아닌가. ‘K-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일을 할 수 있는 작가라고 확신한다”며 이번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해외 아트 페어나 전시에 가면 송강호나 방탄소년단 RM으로부터 전시평을 받고 싶다고 할 정도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학고재는 내년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엑스포 시카고’에도 하정우의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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