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를 통해 초록우산에 1억 원을 기부한 고 김동혁 씨가 묻힌 전북 군산의 한 추모공원 묘역에 초록우산이 전달한 감사패가 올려져 있다.  초록우산 제공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를 통해 초록우산에 1억 원을 기부한 고 김동혁 씨가 묻힌 전북 군산의 한 추모공원 묘역에 초록우산이 전달한 감사패가 올려져 있다. 초록우산 제공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추모기부 특집
초록우산에 1억원 기탁한 고 김동혁씨 어머니

생전에 기부 관심 많던 동혁씨
세상 떠나기 전 어머니께 부탁

장기 기증까지 하려고 했는데
암세포 때문에 결국엔 포기해
기탁금은 아픈 아이들에 쓰여


지난해 2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고 김동혁 씨가 생전에 전북 군산의 한 공원에서 산책하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지난해 2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고 김동혁 씨가 생전에 전북 군산의 한 공원에서 산책하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암 투병 중이던 아들 동혁이와 기부에 대해 얘기하던 어느 날, 남편이 부인과 이별한 뒤 부인의 이름으로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더니 제게 이렇게 얘기했어요. ‘엄마, 나도 다음에 내가 먼저 가면 엄마가 내 이름으로 기부했으면 좋겠어. 내가 기부를 해보니까 마음이 정말 따뜻하고 행복했어’라고요. 그렇게 동혁이와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동혁이가 떠난 뒤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22일 초록우산에 따르면 노모(53) 씨는 지난해 2월 사랑하는 하나뿐인 아들, 김동혁(사망 당시 28세) 씨를 암으로 잃었다. 병마와 싸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은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엄마 내가 장기기증도 하고 싶은데 암세포 때문에 못 할 거 같아. 근데 돈은 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부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노 씨는 아들의 마지막 부탁을 위해 ‘고 김동혁’의 이름으로 초록우산에 1억 원 ‘추모 기부’를 결정했다. 김 씨 명의의 후원비는 항암치료 및 탈장 수술이 필요한 아동의 치료비로 지원됐고 이후에도 치료비가 필요한 아동들에게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어머니 노 씨는 아들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켜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노 씨는 “좋은 일에 써야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동혁이가 생전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들을 위한 일은 무엇일까’에 집중했다”며 “동혁이처럼 아픈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생 동안 기부와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왔던 동혁이가 하늘에서 이 소식을 듣고 많이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노 씨에 따르면 아들 김 씨는 특히 외롭게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암 투병 중에도 보육원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마지막까지 기부를 실천했다고 한다. 노 씨는 “보육시설 ‘금산 향림원’의 아동들이 타고 있던 차량의 교통사고 소식을 기사로 접하자 동혁이는 안타까워하면서 후원을 했었다”고 말했다.

금산 향림원 교통사고는 지난 2022년 10월 25일 금산 향림원 소속 어린이들이 등굣길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몰던 승용차에 치인 사고다. 당시 네 명의 어린이가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사고를 낸 외국인 유학생이 책임보험만 가입돼 있어 일부분 지원되는 치료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피해 어린이 측이 치료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상황에 놓였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했다고 노 씨는 회상했다. 노 씨는 생전 가장 기억나는 아들의 모습으로 초등학생인 김 씨가 전학 온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장면을 꼽았다. 아들은 엄마에게 ‘친구 엄마가 일 나가셔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어’라며 친구를 챙겼다. 노 씨는 “전학 온 친구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챙겨주거나 같이 놀면서 도움을 많이 줬다”며 “동혁이는 군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도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 뒤에서 손수레를 밀거나 도움을 많이 드리곤 했다”고 전했다.

어머니 노 씨는 추모 기부 이전인 지난해부터 초록우산과 인연을 맺고 지속적인 후원을 이어오고 있었다. 노 씨는 “우연히 초록우산을 알게 됐고, ‘어린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며 “처음 기부를 시작하고 문자를 통해 내가 낸 후원금이 잘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정말 내 후원금이 소중하게 사용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노 씨는 특히 아픈 아이들, 그중에서도 경제적 이유로 충분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노 씨는 “동혁이가 병으로 너무 고생을 해 아픈 아이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초록우산이 사각지대에 있어 지원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씨는 추모 기부를 하고 난 뒤 그전보다 마음이 조금은 더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먼저 떠난 아이를 대신해 추모 기부를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하늘에 먼저 간 아들이 그곳에서 마음 편히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노 씨는 “기부를 한 뒤 자주 동혁이가 꿈에 나오는데, 정말 평온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며 “추모 기부를 하는 건 좋은 일이고 스스로도 그 전보다 마음이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 씨는 요즘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의 과도한 비교로 상처를 받는 것 같다며 걱정했다. 노 씨는 “제가 미용일을 하면서 보면, 아이들이 다른 이와 자신을 너무 비교해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SNS를 통해 올라오는 많은 소식들이 ‘어느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내면의 힘을 기르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노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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