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체육부장

지난 1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와우넷오픈 2라운드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이날 경기가 비로 중단되자 선수들이 일제히 클럽하우스로 몰려들었고, 앉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당수 선수가 클럽하우스 식탁 위로 올라앉았다. 내장객들이 식사를 하는 탁자였다. 어떤 선수는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는 높은 서빙 테이블에 뛰어 올라앉는 점프력까지 보여줬다. 어린아이들도 하지 않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선수들이 버젓이 하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앉을 자리가 부족하면 바닥에 뭘 깔고 앉으면 될 일이다. 개중에는 자신의 젖은 아이언 등 골프 장비를 캐디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닦으며 캐디의 일을 덜어주는 예의 바른 선수도 있었다.

2라운드가 우천으로 재개되지 못하고 다음 날 잔여 경기로 진행되자 기권 선수가 8명이나 속출했다. 하위권에 있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웠겠지만 대부분의 기권 사유가 평균타수 관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매주 경기를 치르는 데다 프로암 대회 등 빡빡한 일정에 비까지 맞아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으로 잔여 경기를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은 알겠지만 후원사와 팬, 경기 주최사에 대한 기본 예의는 아니다.

지난 3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는 장유빈이 2벌타를 받은 오구 플레이가 화제였다. 그런데 진짜 벌타를 받아야 할 ‘양심 불량 선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골프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장유빈이 13번 홀(파4)에서 2번 아이언으로 시도한 티샷이 좌측으로 향했고, 장유빈은 자신의 공이 왼쪽 벙커에 들어갔을 거라 생각하고 벙커 한가운데 있던 공으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린 위에서 확인해 보니 자신의 공이 아니었다. 장유빈의 공은 벙커 앞 러프에 묻혀 있었다. 장유빈은 2벌타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 벙커 안에 있던 공은 도대체 누구의 공일까. 경기가 열리기 전 주최 측은 벙커 정리를 포함해 그라운드에 숨어 있을 수도 있는 골프공을 수거한다. 챔피언조였던 장유빈 앞조의 수많은 선수가 플레이를 하고 지나간 벙커에 일반 내장객의 공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먼저 플레이한 선수 중 누군가 오구 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한국 남녀프로골프대회에서는 2019년 김비오의 손가락 욕설, 2020년 이수민의 퍼터 부러뜨리기, 2022년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 김한별의 포어캐디(공의 위치를 찾아주는 경기 보조원)에 대한 욕설 등 선수들의 품위 손상 행위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골프장 관중을 갤러리(Gallery)라고 한다.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마치 미술관이나 극장 등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경기 흐름에 방해를 주는 갤러리들의 관람 문화도 많이 개선돼야겠지만, 종종 터져 나오는 선수들의 비매너 행위나 기본이 안 된 에티켓들도 이참에 한번 점검해야 할 때다. 갤러리를 탓하기 전에 선수들의 플레이나 매너가 갤러리에 들어갈 만한 작품이 되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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