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제’ 갈등이 여당 내부의 특별감찰관 충돌이라는 2라운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미국 대선과 일본 중의원 선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부의 1심 판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국내외 정세를 뒤흔들 요인이 동시다발로 닥치고, 경제 상황과 기업 형편마저 적신호투성이임을 고려하면, 집권 세력의 이런 모습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런 여권 내부 분란을 부추기면서, 특별감찰관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할 움직임을 보인다.

저급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여야가 기본 책무를 저버려선 안 된다.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신속히 이행해야 할 의무다.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의 비리를 감시하기 위한 특별감찰관법은 박근혜 정부 때이던 2014년 제정·시행됐지만, 문재인 정부와 윤 정부는 특별감찰관을 두지 않았다. 올해도 사무실 유지비 등으로 8억7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제대로 안착됐더라면, 문 정부와 윤 정부의 친인척 문제는 많이 예방됐을 것이다. 미래 정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에 이어 특별감찰관 추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회동에서 “특별감찰관은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된 문제”라고 했고, 윤·한 회동 직후 윤 대통령을 만났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의 권한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한 대표는 자신에게 당헌상 원 내외 총괄 권한이 있다고 밝혀, 권한 쟁의 조짐도 보인다. 민주당은 “특감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김건희 특검이 먼저”라며 시간을 끌 태세다. 어지러울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북한인권재단이나 특검과 연계하자는 주장은 중요한 민주주의 제도를 망가뜨리는 죄책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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