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박윤슬 기자 seul@munhwa.com

비 내리는 회색빛 건축물. 그 앞에서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우산을 쓰고 활기차게 뛰어다닌다. 거대한 계단 위에 규칙적으로 놓인 초록 화분들, 그리고 물기가 가득한 바닥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묘하게 대비된다. 차갑고 딱딱한 돌과 콘크리트가 주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우산은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그 공간을 환하게 밝힌다.

계단을 오가는 어른들은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군 채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회색빛 속에 잠긴 듯 무미건조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웃고, 우산을 휘날리며 자유롭게 이 도시 속을 뛰논다. 어른들에게는 단조롭고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하나의 커다란 놀이터가 된다. 규칙적인 건축물 사이로 번지는 알록달록한 우산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시의 단조로운 풍경에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는다.

이 순간, 비에 젖은 도시는 아이들의 작은 발걸음 덕분에 다시금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한다. 멀리서 보이는 차가운 계단 위에 남겨진 그들의 자유로운 흔적은 우리가 잊고 있던 소소한 기쁨과 놀이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노키즈존’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오면 시끄럽고 말썽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른들만의 정숙하고 예측 가능한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아이들의 이런 자유롭고 불규칙한 색과 리듬이야말로 세상을 더 다채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박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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