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재 안중근의사기념관 홍보대사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중 어느 날 안중근 자서전 ‘안응칠 역사’를 읽고 안중근 의사의 역동적인 삶에 감동해 일필휘지로 ‘조국통일 세계평화(祖國統一 世界平和)’라고 써서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보냈다. 고(故) 박 대통령은 안의 위국헌신 정신과 동북아 상황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보고 단연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안은 약관의 나이에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한·일 합병을 위한 정미조약을 체결하고 국권을 강탈하자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처단해 한민족의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고발했다. 안은 뤼순(旅順) 감옥에서 쓴 ‘동양평화론’ 서문에서 한·중·일이 오늘날 유럽연합(EU)과 같은 군사안보·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서세동점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1979년 9월 2일 안중근 탄신 10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즉석에서 남산공원을 현충사와 동격으로 성역화해 일제 식민 지배의 상징인 조선신궁 터에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세우고 기념관을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할 것을 지시하고, 당시 정상천 서울시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김성진 문화공보부 장관, 고건 청와대 정무수석, 안춘생 유족대표 등으로 추진위원회도 발족시켰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기념관 앞 석비에 새겨넣을 ‘민족정기(民族正氣)의 전당(殿堂)’이란 휘호를 써 보내면서 10월 26일 안중근 하얼빈 의거 기념행사 때 제막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박 대통령은 김재규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안중근 남산공원 성역화’ 사업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30여 년간 정원식·노신영·황인성 등 역대 숭모회 이사장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권들은 박 대통령의 숙원 사업 재추진을 원치 않았다. 오히려 박 대통령을 독재자·친일파로 폄훼함으로써 반사이익만 꾀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남산 르네상스 플랜을 만들어 지금의 남산 시민공원을 조성하고, 2010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낡은 구 기념관을 헐고 그 자리에 좁은 새 기념관을 짓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은 서점마다 수십 종의 이토 전기(傳記)가 쌓여 있고, 고향 야마구치(山口)현 생가는 주변을 성지화해 현대식 전시관과 사당을 새로 지어 놨다. 또, 일본 국회의사당 입구에는 이토의 동상을 세워 메이지(明治)유신 헌법을 기초한 초대 내각 수상이라고 주석을 달아 놨다. 이토는 조선 침략의 원흉이지만 일본에서는 근대화의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이다.

안중근숭모회는 설립 목적대로 안의 애국정신과 동양평화사상을 후손들에게 전파하고 최근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 다양한 학술·문화·홍보 사업을 추진하고 미·일·중은 물론 유럽 16개국에 지회를 개설, 숭모 활동을 해외로 넓혀 나가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숙원사업인 안중근 남산공원 성역화 사업은 실종된 지 오래다. 현실적으로 남산 현 위치가 어렵다면 서울시가 적합한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정부가 재추진하면 안중근공원 성역화 사업은 가능하다.

바로 내일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의거 155주년이 되는 날이자 박 대통령 서거 45주기가 되는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박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었던 ‘안중근 남산공원 성역화 사업’이 재발현 되기를 바란다.

최명재 안중근의사기념관 홍보대사
최명재 안중근의사기념관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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