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민간조사회사인 브랜드종합연구소가 최근 ‘일본 지자체 매력도 랭킹’을 발표했습니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의 관광 매력도를 평가해 한 줄로 세운 순위입니다. 지난 2009년 시작해서 올해로 16회째인 조사는 인터넷을 통한 설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올해 3만5000명의 유효 응답을 받았다니, 제법 대단위 조사입니다.
매력도 랭킹 1위는 홋카이도. 16년째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답니다. 2위는 교토, 3위는 오키나와, 4위는 도쿄 순입니다. 우등생보다 호기심을 끄는 건 ‘열등생’입니다. 해마다 꼴찌를 놓고 다투는 곳이 이바라키(茨城)현과 사이타마(埼玉)현, 그리고 사가(佐賀)현입니다. 올해의 꼴찌, 그러니까 47위는 사가현이 차지했습니다. 국제공항이 있고, 한국 직항 항공편까지 운항하고 있는 곳이어서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곳입니다만, 내국인들로부터는 ‘영 매력 없는 곳’으로 단단히 찍힌 모양입니다.
지자체 매력도 순위를 조사하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관광 매력도 꼴찌 도시’를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노잼(NO재미)도시’입니다. 보통 노잼도시로 대전과 청주, 세종시 등이 꼽힙니다. 여기다가 울산이나 광주가 간혹 이름을 얹습니다. 노잼도시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경관 명소나 역사적 공간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교통요지란 입지 탓에 문화적 개성이 희석된 곳들도 있습니다. 관광수입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의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 관광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지요.
노잼도시로 거론되는 지자체의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도시 이미지가 ‘노잼’으로 굳어지면 당장 관광객 감소와 청년 인구 유출 등으로 인한 도시경쟁력 추락이 뒤따를 것이란 염려 때문입니다. 선거 때마다 축제를 개최하거나 쇼핑센터를 유치하거나, 이색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식의 ‘노잼도시 극복 공약’이 단골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잼은 단순히 ‘공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노잼도시는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절박하게 이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잼도시란 부정적 타이틀이 역설적으로 경쟁력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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