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金여사 불기소에 李 “법치 사망”
검찰총장 탄핵·장외투쟁 돌입
선거법·위증교사 선고 물타기

2019년 선거법 위반 재판 무죄
전 성남시장 비서 허위 진술 덕
위증교사 판결에 잘 반영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검찰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 “대한민국 법치의 사망 선고일”이라고 했다. “도둑을 지키라고 고용한 경비들이 떼도둑이 돼 곳간을 털었다. 이제 주인이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도 말했다. 주가조작 사건의 진실은 별개로 하고 4년6개월을 끌면서 서면조사 2번, 대면조사 1번, 압수수색 0번이라는 부실 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수천억 원의 배임, 수백억 원의 뇌물 수수 혐의가 포함된 7개 사건으로 4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이 대표 공언대로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소추에 나서기로 했고, 11월 2일 ‘김건희 규탄 대회’를 시작으로 장외투쟁에 돌입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내달 15일), 위증교사(25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장기 투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김 여사 사건을 빌미로 검찰권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김건희특검법을 몰아붙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 분위기 조성에 열심인 건 이 대표 유죄 선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지자를 반윤 투쟁에 결집해 이 대표 유죄 선고 시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고 대법원 확정판결 전에 조기 대선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전제 작업으로 김 여사 공격에 역량을 결집하는 동시에,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가 별것 아닌 체하며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사건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공격하고 있다. 국정감사장과 당 회의 등에서 틈만 나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는 게 주관적 인식의 문제라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비리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핵심 실무자인 김문기 씨가 2021년 12월 21일 자살한 다음 날부터 여러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그를 모른다고 한 건, 대장동 개발에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 것으로, 단순히 김문기라는 사람의 존재를 몰랐다는 의미가 아니다.

백현동 토지 용도 4단계 상향 등 이해할 수 없는 특혜 조치가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라고 한 허위 주장 혐의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초기 측근 김인섭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정진상 정책실장 등에 대한 로비 성공 대가로 무려 7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 징역 5년이 선고된 것에서 보듯 무죄 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더욱 엄중한 게 위증교사 혐의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2002년 개발비리를 파헤친다며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성남시장을 취재했다가 벌금 150만 원이 확정된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누명을 썼다”고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이 대표는 김 전 시장 수행비서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거짓 증언을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진성 씨에게 당시 이 경기지사는 “성남시와 KBS 간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협의가 있었다고 증언해 달라”고 했다. ‘내용을 아는 게 없다’는 김 씨에게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하고 자신이 법정에 제출한 변론요지서도 보내줬다. 이래 놓고 ‘거짓말을 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위증교사 혐의가 악성인 건, 김 씨가 실제 법정에서 이 대표 요청대로 함으로써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누명’ 발언 외에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한 적 없다’는 발언으로도 기소됐는데, 300만 원 벌금형이 선고된 2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기사회생했다. ‘이재명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기로 협의했다’는 진술이 없었다면 두 사건이 병합돼 있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랬으면 이 대표는 경기지사 당선 무효는 물론, 선거보전비 38억 원도 반환해야 하고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돼 2022년 대선 출마도 못 했을 것이다.

재판부를 농락해 무죄를 얻어내 대한민국의 정치 흐름과 지형을 완전히 바꾼 사법방해, 재판 사기라 할 만한 사건이 2019년의 선거법 재판에서 한 위증교사 혐의다. 한 달 뒤 판결 때 이런 부분도 반영돼야 한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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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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