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남 함안군 칠서지방산업단지에서 에너텍 관계자가 주요 생산품 중 하나인 ‘니켈브리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니켈브리켓은 국내 주요 제강사에 공급돼 특수강의 원료로 쓰인다.   백동현 기자
지난 15일 경남 함안군 칠서지방산업단지에서 에너텍 관계자가 주요 생산품 중 하나인 ‘니켈브리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니켈브리켓은 국내 주요 제강사에 공급돼 특수강의 원료로 쓰인다. 백동현 기자


■ 관세청 ‘혁신 추진단’ 신설 1년… 혜택받은 에너텍

비철금속·합금철 등 제조기업
환차손 영업손실·회생절차 속
원재료 수입 稅부담‘설상가상’
납부기한 연장 덕에 자금 숨통

업계 “관세환급 대상 확대 등
규제혁파·세정지원 수출 활력”


함안=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우리나라 세관 당국이 ‘혁신하는 관세청, 도약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을 앞세워 ‘관세행정 스마트혁신 추진단’을 신설한 지 불과 1년 만에 불필요한 규제 혁파와 세정지원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사회 전반에 걸쳐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수행하는 기업의 자금 숨통을 틔우고 관세환급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관세행정 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업무혁신이 수출 호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산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 함안군 칠서지방산업단지에 있는 비철금속과 합금철을 제조하는 기업인 ㈜에너텍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에너텍은 스테인리스강 제조의 필수 부원료인 니켈과 몰리브데넘을 포스코·현대제철·세아베스틸 등에 납품하고, 인도철강공사(SAIL)에 수출하는 강소기업이다. 내수와 수출 비율은 7대 3 정도 된다. 지난 2004년 이곳에 공장을 준공한 에너텍은 자체설립한 연구·개발(R&D) 센터를 통해 공정 관련 특허와 품질경영시스템(ISO9001) 인증 등을 취득하는 등 지역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에너텍은 원재료 구매와 완제품 판매 시점이 45일가량 차이가 있는 데다가 주로 장기계약을 통해 거래하기에 성·비수기와 평일, 주말 구분이 없다.

에너텍은 20년 이상 축적된 자체 기술력과 다양한 판로를 보유하는 등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7년째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원재료 구매 후 제련 등의 공정을 거쳐 국내외 대기업에 납품할 때까지 걸리는 ‘시차’와 원재료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 때문이다. 외생변수가 많은 니켈과 몰리브데넘은 시황품목이라 매매 시점에 가격이 정해지고,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면 영업 손실로 이어진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도래했고, 에너텍은 원재료와 상품조달을 위해 해외 수입신용장 발행(외화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다가 원화와 원재료 가치 급락으로 90억 원 규모의 환차손 손실을 보게 됐다. 게다가 에너텍은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와 KDB산업은행과의 합작투자 형태로 2차전지의 원료인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에너켐을 설립해 180억 원을 출자한 탓에 자금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재료 수입에 따른 세금 부담이 에너텍의 숨통을 더욱 옥죄었다. 기업회생절차를 수행하는 에너텍은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은행권의 차입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등을 전혀 활용할 수 없었다. 이 와중에 에너텍이 부담해야 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평균적으로 한 컨테이너당 8000만 원 안팎에 달했고, 원료수입과 상품 통관에 따른 매달 15억 원 규모의 세금을 곧바로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세 폭탄을 맞을 상황이었다. 결국 에너텍은 2021년 10월쯤 과세당국인 마산세관에 도움을 청했다. 마산세관에서는 최근 2년간 수입실적과 관세법 위반 사실 여부 등을 따져봤고, 에너텍이 담보를 맡기지 않아도 원재료부터 수입한 다음에 월말에 사후적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도록 조처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 8월 28일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열린 ‘2024 전국세관장회의’에서 ‘관세행정 스마트혁신 핵심 추진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고광효 관세청장이 지난 8월 28일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열린 ‘2024 전국세관장회의’에서 ‘관세행정 스마트혁신 핵심 추진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현재 에너텍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납부기한 연장신청제도’를 통해 월평균 15억 원가량의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3개월간 납기연장하고 있다. 납기연장에 따라 생긴 자금 유동성을 생산원료대금으로 돌려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에너텍은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총 16회 납기연장을 신청했고, 연장승인을 받은 금액은 약 238억 원으로 추산된다. 에너텍의 박재석 상무이사는 “지난해 1월엔 44억 규모의 납품대금 입금이 지연됐는데 하필 그때 회사가 17억2000만 원의 관세와 부가가치세 납부를 앞두고 있었고, 자칫하면 가산세가 1일당 5000만 원씩 부과될 위기에 처할 뻔했다”면서 “그러나 부산본부세관에서 납부기한 연장신청제도를 안내해줬고, 세관 담당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납기연장 승인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너텍은 올해 말 7년 차 채권변제를 앞두고 있다. 올해도 에너텍이 채권변제를 완료하면, 채권상환율은 61.9%를 달성하게 된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이 다시 살아나는 비율은 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에너텍은 원가 절감과 함께 포스코·현대제철·세아베스틸 등과 단가를 책정할 때 장기계약을 맺어 원·달러 환율과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주는 리스크에 대비하는 등 기업회생절차를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다. 박 상무이사는 “현금 유동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마산세관과 부산본부세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성실히 채무를 갚아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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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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