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매란 지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굳이 표준말로 쓰면 일곱뫼다. 옛날에는 전국적으로 아주 유명했던 곳이다. 굴비 철이면 수많은 배가 모여들어 굴비를 잡아 바다 위에서 바로 파는 어시장인 파시(波市)가 열리던 곳이다. 얼마나 유명했는지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조선 전기 지리지는 물론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등 조선에서 편찬된 거의 모든 지리지에 상세히 기록되어 전한다. 이래도 모를 것 같아 마지막으로 힌트를 하나 더 드리면, 법성포의 영광굴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이 정도면 “아, 칠산 앞바다에서 엄청 잡히던 그 영광굴비요?” 이런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일곱매를 한자 七(일곱 칠)과 山(뫼 산)의 뜻을 빌려 七山이라 표기했고, 지금은 한자의 소리인 ‘칠산’으로 불리고 있다. 영광군 낙월면 송이리에 일곱 개의 작은 섬이 열 지어 있는데, 섬마다 산이 있어 멀리서 보면 일곱 개의 산이 솟아 있는 모습이라 일곱매라고 부른 것이다. 굴비 철, 그 앞바다에 모여들어 앞다퉈 잡은 굴비를 팔던 파시에서는 아무도 ‘칠산’이라고 하지 않았다. 모두 ‘일곱매’라고 불렀다.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누군가 ‘칠산’이라 말하면 이런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딘데요?”

여덜미는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역시 표준말로 쓰면 여덟뫼다. 일곱매처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지금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이곳을 지난다. 바로 안산시 구간에 있는 팔곡터널의 팔곡이다. 여덜미는 마을 뒷산의 이름인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자료를 찾지 못해서 아쉽다. 그 아래에 있는 마을 이름도 여덜미라고 불렀고, 한자로는 산을 가리키는 우리말 ‘미(뫼)’를 생략하고 八(여덟 팔)과 谷(골·마을 곡)의 뜻을 따서 八谷이라고 표기했다. 도로명 주소 전의 행정동명으로는 안산시 상록구 팔곡일동 지역이다. 팔곡터널보다는 여덜미터널이 더 정감 가는 이름으로 들리는데,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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