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배달 막고 마라톤대회 연기
핼러윈 앞두고 복장단속도 강화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사망한 지 1년이 된 27일, 리 전 총리 생가 등에는 추모 열기를 막으려는 중국 당국의 삼엄한 감시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핼러윈을 앞두고 복장 단속도 강화되면서,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가 중국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하지 않게 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계정 ‘리 선생님은 네 선생님이 아니야’(李老師不是老師)에 따르면 리 전 총리 1주기였던 27일과 그 전날인 26일 이틀 동안 수십 명의 경찰이 리 전 총리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훙싱(紅星)루 80번지 인근에 배치됐다. 한 시민은 “리 전 총리 생가에 조화를 배달하려 했지만 꽃집으로부터 그곳을 경찰이 지키고 있어 배달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고 다른 시민은 “홍싱루 80번지 인근의 모습을 사진 찍었지만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경찰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홍싱루 양쪽 길목에 배치된 경찰들은 배달원들도 한 명 한 명 검문하고 배달 상자를 열어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리 전 총리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추모 열기가 확산되는 일을 중국 정부가 사전에 차단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20일과 27일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마라톤 대회가 특별한 이유 없이 다음 달로 연기된 것이다. 중국 반체제 언론인 가오위(高瑜)는 리 전 총리 사망 1주기를 앞두고 반체제 인사 여러 명이 미행 등 당국의 통제를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에도 리 전 총리의 이름을 검색하면 지난해 사망 당시 게시물만 있을 뿐 최근 게시물은 검색되지 않으며 현지 언론 역시 조용하다.

이를 두고, 최근 경제 위기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와 경제정책 노선을 달리했던 리 전 총리가 재조명되는 게 시 주석으로선 큰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상하이(上海)에는 공포와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핼러윈 금지령’이 내려졌다. 지난 주말 SNS에는 경찰들이 스파이더맨, 부처 등으로 분장한 상하이 시민들을 연행하는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시민들은 “자유”라고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대응했지만 이들이 모인 공원마저 폐쇄 조치됐다. 당국에 대한 불만이 대중 행사를 계기로 폭발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박세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