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한 인류에게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에너지로 대체하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통의 목표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이 경제성장을 후퇴시키는 원인이 된다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해 좌초될 수 있다. 미래의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현재의 삶과 직결된 성장을 기꺼이 포기할 국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기후변화도 방지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되는 ‘양수겸장’ 에너지정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관련 산업 발전 없는 단순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만으로는 성장 동력은커녕 오히려 성장의 장애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전기도 결국 똑같은 전기일 뿐인데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국산 재생에너지 설비를 국내외 시장에 많이 팔 수 있다면 에너지 전환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중국, 유럽 등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중국의 막대한 정부보조금에 바탕을 둔 저가 공세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고 과거 글로벌 리더로 시작한 풍력산업도 아직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한 채 중국의 커다란 위협에 직면한 상태다.

하지만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 탄소중립 시장 규모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포천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32년 기간 중 연평균 19.16%씩 증가해 2032년까지 293GW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해상풍력 전망도 밝다. 현재 용량이 0.16GW에 불과하나 2030년까지 14GW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약 100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산보다 15~40% 정도 저렴한 중국산 설비가 걸림돌이다. 아무래도 저렴한 설비가 풍력사업자 낙찰에 유리하므로 사업자는 중국산을 선호하게 된다. 자칫 알토란 같은 부가가치는 모두 중국이 차지하고 우리는 비싸진 전기 비용만 덤터기 쓰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보급 위주의 재생에너지 정책과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있다. 탄소중립 목표를 원전 없이 달성하려다 보니 재생에너지 보급에 매달릴 도리밖에 없었다. 국내 산업을 돌볼 겨를은 없었다. 그 틈을 중국산이 비집고 들어와 이제 우리 안방까지 내줄 지경이 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국산 풍력발전 기자재 침투를 막고 있다. 이제 우리도 재생에너지 정책을 산업육성 차원에서 개편해 해상풍력 황금시장을 잡을 채비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해상풍력 특별법이 조속하게 통과되어야 할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올해 8월 해상풍력 입찰 로드맵을 발표했다. 풍력사업 경쟁입찰에 산업경제효과, 안보 등 비가격지표를 강화하면서 값싼 설비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기존 입찰제도를 개선했다. 해상풍력은 당장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다. 또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상 국내 해저 지형과 해군의 작전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안보상 우려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가 안보, 경제적 이득을 모두 해외에 내주면서까지 해상풍력 보급에만 열중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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