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문10답 - 인도 증시
IMF 경제성장률 전망치 7%
인구 14억… 청년층 ‘주식 붐’
中리스크에 글로벌 자금 몰려
현대차, 인도 최대규모 IPO
세계 3위 車시장 잠재력 커
韓 식품·물류기업 잇단 진출
국내 계좌로 직접투자 어려워
니프티50 ETF 등 가입해야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를 넘어 ‘비욘드 차이나’를 향해 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6.7%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며 오는 2027년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인 ‘니프티50(Nifty 50)’은 지난 1년간 약 24% 상승했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젊은 인구가 대폭 증가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인도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1. 무섭게 떠오르는 인도 경제 상황은?
인도는 세계 경제 둔화에도 경제 대국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며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2021년 8.7%, 2022년 7.2%, 2023년 8.2%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3조5700억 달러(약 4930조5270억 원)로 세계 5위였다. 1인당 GDP는 2000년 50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2612달러로 다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IMF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027년이면 인도가 독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37년이면 인도가 중국마저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경제 급성장의 원동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 생산가능인구와 정보기술(IT) 분야 등의 인재가 꼽힌다. 유엔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약 14억4000만 명)가 됐다. 특히 인도는 중위연령(인구 분포상 중간층 연령)이 28세인 젊은 국가다.
2. 인도 증시 얼마나 올랐나?
인도주가 지수는 지난 1월 홍콩거래소를 넘어서며 세계 4위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인도증권거래소(NSE)의 대표지수인 니프티50은 지난 1년 동안 23.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21.73%), S&P500지수(20.52%)의 성과를 웃돈다. 특히 니프티50 지수는 올해 들어 180 거래일 중 59번이나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에 기록한 신고가(58번째)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세계 주요국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한 ‘MSCI 올컨트리 월드 인덱스(ACWI)’에서 인도는 9월 중국을 사상 처음 앞질렀다. 투자가능시장지수 부문에서 인도는 2.33%로 중국(2.06%)을 넘어서며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의 뒤를 이었다.
3. 세계는 왜 인도 증시에 주목하나?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로 올라섰다. 그뿐만 아니라, 2063년까지 인도의 인구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젊은 인구가 중국보다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고, 대규모 소비 시장으로서도 매력도가 높다. 지난해 인도 뭄바이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팀 쿡 CEO가 직접 방문한 것은 인도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인도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증권 투자가 유행하는 것도 증시에 호재가 되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NSE에 등록된 개인 투자자 수는 1억6100만 명으로, 1억 명을 돌파했다. 인도의 개인 투자자는 2019년부터 1억2000만 명이 증가했는데, 인도 인구 수(약 14억 명)를 감안하면 인구의 10%가량이 최근 5년 사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셈이다. FT는 “침대 아래에 돈을 숨겨놓거나 금을 샀던 이들이 주식과 펀드에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4. 글로벌 기업 IPO 격전지 된 인도 시장
인도 경제 성장에 편승해 기업공개(IPO)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주식 대박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난 점도 IPO 시장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증시에 입성한 기업 수는 238개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73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267개 기업이 인도 증시에 상장해 94억4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상장 건수로 보면 세계 1위이고, 공모 금액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2위다. 올해 인도 IPO 호황의 정점은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HMI)이 찍은 것으로 보인다. HMI는 지난 22일 현지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통해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의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장이다. 앞서 지멘스, ABB인디아, 유니레버, 마루티스즈키 등 외국 기업들도 인도 증시에 상장했다.

5. 인도로 되돌아가는 인도 기업들
인도 증시가 활황을 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하려던 인도의 신생 기업들은 자국 증시 상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쏠린 자국 증시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인도 스타트업들은 그동안 해외 상장을 위해 설립된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법인을 본국으로 이전시키는 ‘리버스 플립(Reverse Flip)’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온라인 결제 업체 레이저페이(Razorpay), 전자상거래 플랫폼 파인랩스(Pine Labs), 핀테크 스타트업 크레디트비(KreditBee), 식료품 배송 스타트업인 젭토(Zepto), 애드테크 기업 인모비(InMobi) 등은 인도 증시 IPO를 위해 리버스 플립에 나섰다. 인도 금융당국이 해외 본사와 인도 내 자회사 합병 절차를 간소화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인도 스타트업들이 인도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전년 동기(46억80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91억 7000만 달러(약 12조7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 인도 증시부흥 ‘中 리스크’도 한 몫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이 인도로 쏠리고 있는 밑바닥에는 중국 위기론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2%까지 떨어졌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2%로 회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5%대를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올해에 4.8%, 내년에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역 구조 변화에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등이 겹치며 경기 둔화가 진행 중이다.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25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직은 고속 성장을 해야 할 단계인데, 성장률 하락 속도가 빨라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 증시는 연이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모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추세적 전환을 맞이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인도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현재 MSCI의 신흥시장 지수에서 인도 주식 비중은 19.8%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높아지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중국 주식 비중은 20.2%로 줄어들었다.
7. 현대차, 왜 인도 증시에 상장하나
현대자동차는 지난 22일 NSE에 상장하면서 현지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에 나섰다. 현대차의 이번 인도법인 상장은 올해 아시아 증시 IPO 중 가장 큰 규모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가 인도 주식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은 인도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자동차 시장 3위로 부상하며 시장 잠재력도 높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하며 인도에 진출한 이후 일본 완성차 업체 스즈키와 인도 정부의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현지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최소 4조 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자금을 활용해 현지 전기차 공급망 구축·미래 첨단 기술 역량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인도에서 중추적 모빌리티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8. 인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국내 식품·물류·전자 대기업들도 잇달아 ‘기회의 땅’ 인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2004년 인도 제과업체 ‘패리스’를 인수하며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인도에 진출했다. 2017년에는 현지 빙과업체 하브모어를 추가로 인수하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롯데인디아 매출액은 1034억 원, 하브모어는 1656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롯데인디아와 하브모어를 합병한 통합 법인을 출범, 따로 운영하던 건과와 빙과 사업을 통합해 인력과 물류 효율화에 나섰다. CJ대한통운과 LG전자 등도 인도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인도 물류 자회사 CJ다슬의 인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17년 인도 물류기업 다슬 지분 50%를 인수, 사명을 CJ다슬로 변경하고 현지 물류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인도 전역에 187개의 거점을 보유하고, 3000여 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육상·철도·해상운송, 창고·유통(W&D) 등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도 내년 초를 목표로 인도 현지 법인 상장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9. 인도 증시 직접 투자 못한다던데
현재 국내 투자자가 인도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는 어렵다. 국내 증권사 중 현지 뭄바이증권거래소(BSE), NSE 등과 계약을 맺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를 통해 외국인 유가증권투자(FPI) 계좌를 발급받아 투자에 나설 수 있지만, 이후 인도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대신 인도 관련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투자할 순 있다. 인도를 대표하는 우량 기업 50개 종목을 모아 산출하는 니프티50 지수나 인도 내 상장사를 묶어 지수화하는 회사(Indxx, LLC 등)가 산출하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가입하는 투자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 단일 종목에는 투자가 어렵고, 자산운용사가 내놓는 상품을 통해 간접투자에 나설 수 있는 구조다. 인도 ETF 경쟁이 본격화하며 운용사들은 상품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는 인도의 내수시장과 소비재 기업에 집중 투자로 차별화했다.
10. 국내 개미 인도 간접투자 러시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인도에 대한 국내 투자자 규모도 올해 들어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대거 인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인도 관련 ETF 순자산은 올해 초 5935억 원(상품 5종)에서 지난 7일 1조9146억 원(상품 9종)으로 증가, 올해 들어서만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순자산 급등은 신규 상품이 연달아 출시된 데 이어 개인 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펀드 규모가 급성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들어서만 자산운용사들은 ETF 상품 4종을 추가 출시하면서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김지현·신병남·김호준·최지영·이종혜 기자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