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한국인들은 자기 자랑에 인색하다. 자기를 포장하는 데도 서툴다. 자랑은 정말 내세울 게 없는 소인배들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진정한 실력은 감추려 해도 드러나게 돼 있다. 우리 문화나 한글에 대해 언제 자랑한 적이 있었던가. 열심히 우리 일만 하다 보니 남들이 알아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예술에서도 기교나 솜씨를 드러내는 데 신중하다. 작가 전태원의 작업에서도 잘 드러난다. ‘무(無)기교의 기교’를 금과옥조로 삼는 우리 전통예술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조한다. 고즈넉하고 투박하기까지 한 단순성에서 고귀함과 심오함을 본다. 아울러 깨달음과 영감을 준 전통에 대한 오마주를 보낸다.
형태도 깎다 만 것 같은 소박한 두상의 재현. 옛날 정 작업을 했던 석수의 마음을 비춰 주고 있다. 고졸 미소조차도 옅게 다듬고 나면, 나머지는 세월의 몫이었던 것일까. 지의류 석화(石花)가 대신 이야기하는 것을 담았다. 이 평범성 속에 자신의 기법과 메시지를 은닉하고 있다. 잘게 분쇄된 텍스트가 열일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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