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태재대 총장,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올해 ‘노벨 과학상’과 가장 밀접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명단엔 ‘알파고 쇼크’로 세상을 놀라게 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포함됐다. 앞서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2인 중 한 명도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였다. 실로 AI의 시대다.

AI로 촉발된 변화는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 대전환(Paradigm Shift)’에 가깝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교육·노동·의료·금융·법률 등 우리 사회 곳곳에 강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현시대의 모든 기술은 AI로 진보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변화는 곧 기회다. 18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은 탄탄한 산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패권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정보화 혁명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했다. AI 시대를 맞아 범국가적 AI 전략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는 그 시발점이다. 기업을 포함한 민간에선 향후 3년간 모두 65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4대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AI 역량 강화를 위한 기초엔 AI 인프라가 있다. 우리는 이미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AI 반도체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AI 반도체를 두고 미국·일본 등과 지속적으로 경쟁하려면 국가 차원의 전폭 지원이 필수다.

AI 인프라만 놓고 보면 미국·중국 등 강대국과 경쟁하긴 쉽지 않다. 그들이 못하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K-팝, K-드라마, K-시네마, K-푸드 등 K-컬처를 넘어 ‘K-AI’가 세계적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역설적이지만 AI 역량 강화에 있어 AI 기술 못잖게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인재다. 창의적 사고로 다양한 문제를 풀고, 새로운 방안을 끊임없이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에도 큰 변화가 일어야 한다.

AI 시대의 그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처음 자동차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기술은, 빨리 달리기 위한 엔진과 가속 페달뿐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고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였다. 즉,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기술은 활용이 불가하다. AI의 발전과 함께 문화와 제도를 통해 AI를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다가오는 AI 시대는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두려움보다는 이를 잘 활용해 조속히 친숙해지는 자세가 이롭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AI의 높은 문턱, 두려움의 벽을 허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4∼5일 이틀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 서밋 2024’도 그중 하나다. 민간 최대 규모의 AI 서밋에서는 글로벌 AI 석학과 국내외 주요 AI 기업 인사,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현재와 미래의 AI를 논의한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 AI 대전환 시기에 숨은 기회를 찾고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염재호 태재대 총장,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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