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30조 원가량으로 예상되는 올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환 방파제’인 외국환평형기금에서 6조 원을 동원하기로 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도시기금에서 3조 원 등 다른 기금에서도 10조 원을 끌어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외평기금 20조 원으로 돌려막기 한 바 있다. 최근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는 상황이어서 시장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되는데 최근 주택청약 해약자가 180만 명을 웃돈다. 이 기금이 펑크 나면 임대주택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재원도 압박받는다. 무엇보다 특수 목적이 있는 기금을 쌈짓돈처럼 쓰면 기금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정부의 예측 실패로 세수 오차가 4년 연속 30조∼61조 원 널뛰기한다. 기재부는 올해 세수가 지난해보다 33조 원 감소할 게 뻔한데도 수입보다 지출이 92조 원이나 많은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숨겨진 구조적 문제도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8%보다 훨씬 높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0원이 되자 곧바로 세수 부족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까지 겹쳤다. ‘건전 재정’을 외치면서도 유류세 인하는 3년간 지속하고 금융투자세도 폐지할 움직임이다.

정치권의 선심 경쟁도 문제다. 세수 결손이 심각한데도 여권은 병사 월급을 월 165만 원, 기초연금은 33만4000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40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야당은 한술 더 뜬다. 12조5000억 원이 필요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고집하고 농산물값 하락을 세금으로 떠받치는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인다. 재정준칙 제정은 쑥 들어가고, 여·야·정 모두 재정을 망치는 공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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