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에서 열린 ‘2024 프랑스 K-박람회’에서 K-팝과 K-패션을 융합한 ‘Y3K 패션 코리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 열린 K-박람회에는 2만6000여 명의 현지인들이 방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26∼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에서 열린 ‘2024 프랑스 K-박람회’에서 K-팝과 K-패션을 융합한 ‘Y3K 패션 코리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 열린 K-박람회에는 2만6000여 명의 현지인들이 방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2024 프랑스 K-박람회 ‘패션쇼’

佛서 첫 ‘K - 컬처 박람회’ 성공
디자이너 선우 ‘융합패션’ 선봬
“K-패션 단독으론 움직이지 않아
K - 팝·뷰티와 협업 형태될 것”

파리지앵 빗댄 ‘서울사람 하루’
서울의 아침~밤 만끽하게 구성

박람회 다른 주인공 ‘한강의 책’
노벨상 계기 ‘K-북 전시관’조성


파리=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K-패션의 시대가 올 겁니다. 단 K-팝, K-뷰티와의 ‘융합’이 포인트입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열린 K-컬처 박람회에서 K-팝과 결합된 패션쇼를 선보인 디자이너 선우(본명 장선우)가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 궁에서 개막한 ‘2024 프랑스 K-박람회(K-EXPO FRANCE 2024)’. 30일까지 이어진 박람회에서 기업·소비자를 연결하는 B2C 행사에 26∼27일 이틀간 약 2만6000명이 몰렸다. 특히 26일 저녁 진행된 ‘Y3K 패션 코리아’는 K-컬처의 이종교합을 통해 이번 박람회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걸그룹 에스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라치카 등과 협업했던 선우는 이날 패션쇼에서 독특한 콘셉트의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나폴레옹 시대 문화유산인 브롱냐르 궁은 K-팝의 선율과 함께 거대한 런웨이로 변했고, 유명 K-팝 댄스팀인 훅(HOOK)이 무대와 무대 사이를 수놓으며 K-패션과 K-팝, K-댄스를 한데 아우르는 융합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패션쇼에는 프랑스 문화부와 현지 패션 관계자들도 자리해 K-패션 시장에서 부각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인 선우의 무대를 유심히 지켜봤다. 선우는 에스파와 협업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유명 팝가수 도자 캣이 그의 의상을 입고미국 빌보드 표지를 장식하고, 일본 파르코 백화점의 2024 서머시즌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패션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터치 텐트’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 모양 디자인은 그의 시그니처다. 패션쇼를 마친 후 문화일보와 만난 선우는 “유럽 패션의 전통이 워낙 길기 때문에 K-패션이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K-패션은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K-팝, K-뷰티와 협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K-패션의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K-팝과 K-패션을 접목시킨 패션쇼를 연 선우 디자이너는 “곧 K-패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K-팝과 K-패션을 접목시킨 패션쇼를 연 선우 디자이너는 “곧 K-패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선우는 “패션은 즐기는 것”이라면서 ‘펀 투 웨어’(fun to wear)를 강조했다. 소위 하이엔드 패션은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이에 대해 선우는 “패션은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된다. 굳이 해석할 필요도 없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원터치 텐트 패션은 ‘회오리 감자, 회전 초밥 접시 같다’는 재미있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예쁜 옷을 입고 거울을 보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이같이 콘텐츠의 융합과 더불어 이번 박람회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경험’이었다. 파리지앵(파리에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 ‘서울 사람의 하루’(A Day of Seoulite)라는 주제로 아침부터 밤까지 서울에서 만끽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브롱냐르 궁 안에 망라했다. △미용(뷰티)·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 △패션 △애니메이션·캐릭터 △K-팝 △K-북 △K-드라마·웹툰 △게임 △음식 등 총 13개의 전시·체험관을 운영하고, 콘텐츠 산업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지식재산권(IP)과 연관 산업 제품을 알리는 데 힘썼다.

프랑스를 찾은 한류스타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제공됐다. K-팝 그룹 몬스타엑스 민혁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아울러 26일 현장에 방문해 고래를 모티브 삼아 그린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 등 팬들과도 가까이서 소통했다. K-드라마 삽입곡(OST) 온라인 콘서트인 ‘온 더 케이:디’(ON THE K:D)에는 세계 최초 청각장애 K-팝 그룹인 빅오션이 직접 무대에 섰고, 드라마 ‘더 글로리’·‘눈물의 여왕’으로 주목받은 배우 박성훈의 팬미팅도 열렸다.

이번 박람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책’이었다. 얼마 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에 대한 유럽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에 발맞춰 한국 출판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K-북 전시관’이 조성됐다.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과 ‘글 없는 그림책’ 등 한국 그림책 59종 △프랑스에 번역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 36종 등 그림책·문학·웹소설 총 100여 종이 소개됐다. 노벨문학상 쾌거를 기념하고자 프랑스 번역 출간작인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가 작품 5종을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K-북 전시관을 방문한 현지 독자들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한강 작가의 책을 읽으며 의견을 나눴다. 27일 현장에서 만난 컴퓨터 엔지니어 레나(여·42)는 “한국 문학에 관심이 높은 것은 아니었으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을 포함해 다른 한국 작가들도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은 “프랑스에서의 꺼지지 않는 한류 열기와 K-콘텐츠에 대한 유럽 지역의 높은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특히 관계부처 합동 박람회로서 ‘융합’에 방점을 두고 다양한 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이 유효했다”고 총평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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