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기소독점권 오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6년 전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기소 여부를 놓고 검찰총장이 회부한 수심위와 최재영 목사 요구로 열린 수심위가 정반대 결정을 내림으로써 근본적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부의한 수심위는 불기소를 결정했으나, 명품 가방을 전달하고 몰카로 찍어 공개한 최 목사의 요구로 열린 수심위는 기소를 의결했다.
전 판·검사, 법학교수 등 법률전문가들이 모여 한 사건에서 상반된 2개 결정을 함으로써 수심위는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여론에 불을 댕겼다. 김 여사를 상대로 한 몰카 공작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떠나 공직자 부인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데도 불기소 결정 않고 굳이 수심위로 떠넘겼던 검찰이 정작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수심위에 회부하지 않고 불기소 판단함으로써 책임 회피 수단으로 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이 여권의 검경수사권 조정 추진에 맞서 선도적으로 도입했지만, 당시에도 검찰의 자의적 수사 및 기소재량권 남용에 대한 통제수단이 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았다. 수심위 결정은 검찰에 아무런 구속력이 없고 참고만 하는 권고적 효과에 불과하다. 더구나 위원 명단, 심의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 공정성도 논란이다.
법률이 아닌 대검 예규로 규정된 수심위는 검찰총장이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 중에서 위촉한 150∼30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250명 정도로 알려졌다. 수심위 결정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위원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15명을 그때그때 선임한다고 한다. 특정 직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변호사, 법학교수, 시민단체·종교계 인사, 언론인과 비법학교수 등 4개 업역으로 구분해 별도로 추첨한다고 하는데, 실제 그런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고 기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소 결정을 안 따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명품 가방 사건에서 깼다. 주가조작 의혹까지 포함해 김 여사 사건은 무혐의 처분도, 기소도 하지 않고 질질 끌어온 검찰이 키웠다. 그러다 수심위 존폐 논란까지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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