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3주년 특집 - ‘수출 글로벌 톱5’로 가는 길
전문가 3인 인터뷰
김정식 “로봇 등 수출역량 확대”
김상봉 “정부, 전략적 투자지원”
허윤 “지정학적 변수 대비해야”
13개월 연속 증가세가 예상되는 수출은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출 플러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5대 수출 대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가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나치게 높은 반도체 비중을 낮추면서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신산업을 전방위로 육성하는 수출 다변화 정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장기화하는 글로벌 분쟁·수출통제와 자원 무기화 등 대외 변수가 산재한 만큼, 정부가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수입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같은 추세라면 반도체는 자동차와 더불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수출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거나 둔화할 거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피크 아웃’(Peak Out) 전망에 대해 “좀 과한 우려”라며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부진한 면이 있지만,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역할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반도체 시장 자체가 확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도 반도체 위주의 수출 경쟁력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정식 교수는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위태로워지면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며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반도체·자동차 외의 분야에서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기술을 추월한 탓에 상황이 낙관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변수도 수출의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허 교수는 “미 대선,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과 도발 우려, 중동 확전 가능성 등 외부 요인이 심상치 않다”며 “지정학·지경학적 요인들이 전혀 개선되거나 해빙될 조짐이 없고, 특히 미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진영논리가 강화되고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우리 기업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략적 투자 지원 확대와 수출 품목 다변화를 강조했다. 김상봉 교수는 “정부가 숟가락만 얹으려 할 게 아니라 기업이 기민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중국 위주의 수출을 이어가면서 다변화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AI, 로봇, 바이오 등 신산업을 전방위적으로 육성해야 수출 경쟁력이 생겨 수출 품목이 다변화되고 우리 물건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중국 등에 대한 수출통제, 경제적 압박이 본격화할 경우 지금 같은 대출 지원 정도로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느냐”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통해 수입선 역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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