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3주년 특집 - ‘수출 글로벌 톱5’로 가는 길
9월현재 16개월 연속 무역흑자
수출액 증가율 주요국 최상위권
올 반도체 수출 46% 늘었지만
글로벌시장 피크아웃 관측까지
바이오·AI 등 고부가품목 육성
FTA 네트워크 확보 등 모색을
수출은 늘 한국경제의 주역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렇다. 역대 최대 수출액인 2022년의 6836억 달러를 또 한 번 경신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9월 말까지 1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성장 및 16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에도 수출 호조를 이어갈 수 있는가에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가 올해 수출을 견인해 왔지만, 국내 반도체업계의 경쟁력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이상 신호가 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당국과 업계는 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한국의 ‘경제운동장’ 확대, 새로운 수출 분야 활성화 등을 통해 향후 한국의 수출대국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31일 관세청 및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9월 말 기준 한국의 수출 성적표는 12개월 연속 수출 증가, 16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로 요약된다.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9월(-4.4%), 마지막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올해 9월까지 내내 플러스 성장을 이어왔다. 올해만 놓고 보면 9월 말까지 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9.6%로, 주요 수출국 가운데 최상위 수치다.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승용차나 선박 수출도 올해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승용차·선박은 지난해에도 이미 전년 대비 각각 32.1%, 18.3% 성장하며 제 역할을 이어오고 있었다. 따라서 올해의 수출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급성장세를 보인 ‘반도체 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23.8%(전년 대비) 역성장에서 급반전하며 수출액 증가분이나, 무역수지 흑자분에서 다른 산업을 제치고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9월 기준 평균 46.9%다. 수출액 기준으로 전년 1∼9월 707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1039억400만 달러로 늘었다. 전체 수출 대비 반도체 비중은 지난해 1∼9월 15.2%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20.4%로 늘었다. 특히 올해 1∼9월 반도체 수출 증가액 332억 달러는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액 445억 달러의 74.6%, 무역흑자 368억 달러의 90.2%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더욱 다잡아야 한다는 경계감도 정부 안팎에서 일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출의 대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부진 평가 속에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언급하며 공개사과를 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피크 아웃’(정점 기록 후 하락)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이어오던 한국 수출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있다.
반도체 시장의 불안감에 더해 미국 대선, 중동 정세 등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수출액 7000억 달러,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 달성이란 목표를 세웠던 수출업계도 기대감을 일부 거두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총 수출액이 6900억 달러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관계 당국과 업계는 올해의 ‘수출 붐’을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서 막판 스퍼트를 강조하며 내년 수출 전망과 목표치를 고심하고 있다.
정부도 당분간 수출액 규모의 지속증가를 전망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수출 지향점에 대해 “(수출 규모를) 더 키워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지만, 수출이라는 것이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며 “일본이 10년 전에 피크 찍고 내려가고 있는데 우리도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결국 해외 생산시설을 활용하게 되면 ‘국내 수출’로 잡히는 것은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안 장관은 “그 정도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결국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바이오나 인공지능(AI)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 수출 확대와 함께 내년 또는 향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수출 5대 강국’ 도약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운동장’을 확대하는 것도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조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이르는 FTA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통상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FTA네트워크는 전 세계 GDP의 85%로 싱가포르(87%)에 이어 2위다.
한편, 아직 비중이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틈새시장 품목이나 서비스 분야 수출도 한국 수출 성장세에 일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예를 들어, K-푸드 유행에 따라 즉석 라면 조리기가 멕시코에 수출되고, 세계 5위 주류 소비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숙취해소음료가 수출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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