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우티엘 마을에서 주민들이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에 휩쓸려 파손된 주택 잔해를 치우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폭우로 최소 95명이 사망했으며 추가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30일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우티엘 마을에서 주민들이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에 휩쓸려 파손된 주택 잔해를 치우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폭우로 최소 95명이 사망했으며 추가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 최소 95명 사망… 애도기간 선포

이상기후로 수온 오른 지중해와
高고도 찬공기 만나 ‘강한 폭풍우’

남동부 지역 하루에 한달치 폭우
정전·탈선 잇따라… 일부 휴교령


스페인에서 이상기후로 하루 만에 한 달 치 폭우가 쏟아지면서 3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최소 95명이 사망했다. 스페인을 강타한 이번 폭우는 지중해의 따뜻한 바닷물과 높은 고도의 차가운 공기, 불안정한 대기가 만날 때 강한 폭풍을 형성하는 ‘고타 프리아’(gota fria·콜드 드롭)에 따른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대규모 피해에 사흘간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유럽연합(EU)도 지원에 나섰다.

3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스페인 동부와 남부에 내린 폭우로 이날까지 최소 9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된 이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구조 과정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전날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는 하루 동안 한 달 치 이상 양의 비가 내렸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2시간 만에 1㎡당 150∼200ℓ의 비가 내렸고, 특히 동부 발렌시아 치바 마을은 거의 1년 치인 378ℓ의 비가 8시간 동안 내렸다. 지역 곳곳에선 침수 피해와 열차 탈선 등 사고가 잇따랐다. 발렌시아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각종 외부 행사를 취소했으며,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는 철로와 고속도로, 하늘길이 이날까지 대부분 막혔고 15만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스페인 기상청은 폭풍이 북부와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폭우는 적어도 31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폭우는 이 시기 이베리아반도에 흔히 나타나는 ‘고고도 고립 저기압’ 때문으로 분석됐다. 약 1만m 고도에서 영하 75도의 차가운 공기가 불안정한 대기 상황 속에 지중해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와 만날 경우 폭우와 뇌우를 불러오는 고타 프리아가 발생한 것이다. 스페인어로, 콜드 드롭을 뜻하는 고타 프리아는 이 지역에 종종 폭우를 몰고 오지만 올해는 지구온난화로 지중해 온도가 더 올라가면서 피해가 컸다. NYT는 “(기후변화로) 지중해가 지난 8월에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강우는 더욱 격렬해지고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사흘간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31일 수해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모로코 등 이웃 국가들이 구조 제공 의사를 전했고, EU도 스페인이 지원을 요구할 경우 스페인 주민 보호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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