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그늘이 짙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업계엔 긴 시련기다. 그래도 많은 업체가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때에 마침내 출구가 보인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가장 큰 부담인 높은 가격이 빠르게 낮아져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고무적이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6년엔 전기차 값이 가솔린 등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원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게 근거다.

실제 배터리 평균 가격은 지난해 킬로와트시(㎾h)당 149달러(약 20만4000원)에서 올해 말 111달러, 2026년엔 82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배터리 양극재 원가의 60% 이상인 리튬 가격은 최근 ㎏당 1만3000원대로 사상 최고치였던 2022년 11월보다 88% 가까이 떨어졌고, 니켈도 최고가 대비 60%가량 하락했다. K-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망간·코발트도 크게 내렸다. 이와 함께 배터리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등 신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기술 혁신도 확산하고 있다. 테슬라는 차체와 부품을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 캐스팅과 배터리 팩을 차량 구조물로 활용하는 신기술(셀 투 섀시)로 차량 경량화와 공간 최적화를 꾀하고 있다. 물론 현대차·기아도 발 빠르다. 고급화·대형화 대신 대중용 저가 소형차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수요 회복 전망을 뒷받침한다. 세계 4위인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은 내년 상반기에 2만 유로(약 3000만 원)짜리 소형차 출시를 예고한 정도다.

마침내 전기차 캐즘의 끝이 보인다. 배터리 업계의 간판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실적 호전도 청신호다. 1년여 뒤엔 말 그대로 대중화 시대가 열릴 참이다. 전기차는 주행거리 등 기본 성능과 기술 측면에선 이미 내연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배터리 화재 같은 안전 문제, 충전소 부족 등 정책적·사회적 여건 미비, 핵심 원자재 조달 등은 여전히 과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보조금 폐지 같은 리스크도 속출한다. 기업·정부·국회 모두 준비를 잘해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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