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끼어들었다. 고립된 외교·경제·군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는 탈출구를 러시아 파병에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은 “북한군이 최전선으로 이동한다면 그들은 러시아와 함께 이 전쟁의 공동 교전국이 된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사회에 위협적인 사건이다.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와의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이며, 다음은 북한과 70년 넘게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 정부는 전체적인 전황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연대를 통해 보조를 맞춰 나가는 ‘단계적’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뜻을 밝힌 상태다. 국방부는 북한의 파병을 불법 행위로 보고 즉각 중단할 것을 경고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파병 소식을 전했다. 재향군인회도 지난달 28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북한의 파병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항의했다.

이처럼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데, 야당의 시각과 대응은 어처구니없고 황당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부가 북한의 파병을 계기로 한반도에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지금 행동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남의 나라 전쟁에 왜 끼어드느냐며, “국가정보원에서 ‘심문조’를 파견하겠다고 하는데 고문 기술 전수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과연 이것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제1 야당 대표의 인식인가. 몇 가지 물어보고 싶다.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전쟁’인가? 현대사회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경제와 문화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 사실상 ‘남의 전쟁’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동 전쟁도 우리의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또한, 대한민국은 그동안 동맹인 미국 및 나토(NATO) 등과 공조하며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침략국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파병까지 했다.

둘째,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우리 정부의 책임인가? 북한 정권은 핵 개발로 자초한 외교·경제적 고립을 돌파하기 위해 러시아와 연대를 택했다. 즉, ‘고립의 탈피는 진영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원리를 차용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존재감을 확보하고, 첨단 군사 기술 전수를 요구할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안보 보장을 제도화할 것이다. 북한의 파병은 전적으로 김정은과 푸틴의 책임이다.

셋째, 국가정보원의 심문조 파견이 고문 기술을 전수하는 것인가? 특수작전부대를 파병한 북한과 대치 중인 대한민국의 정부 차원 ‘전황분석팀’ 파견은 당연하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정보전이 치열하다. 동맹이나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이 이미 제공한 단거리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 전술과 관련한 첩보를 수집 분석해 차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파병이 ‘강 건너 불’이 아닌 이유는, 러·북 야합에 의한 비정상적인 밀착이라는 데 있다. 러시아는 침략국이다. 역사적으로 침략국을 돕는 것은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의 파병은 김정은 개인의 체제 유지를 위한 독단적 행위다. 지금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나 정부의 대응에 딴지를 거는 행태는 국민과 세계 우방을 실망시킬 뿐이다. 국가안보와 국익 앞에서는 당리당략을 버려야 한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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