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정치부 차장

북한이 고도 7000㎞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린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 대남방송으로 소음 피해를 겪는 강화군 주민들을 찾아 “남북이 싸우다 보니 주민들이 직접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최상의 수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북한과의 적대적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는 이 대표의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문구다. 이 대표는 그동안 손자병법을 인용해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하책이고,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유능한 안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의 말마따나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압도적 힘을 확보하는 게 필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김일성의 1950년 6·25 남침을 봐도 그렇다. 그 힘이 외교술이나 금전일 수도 있지만, 군사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손자병법도 병력을 쓰기 전 외교적 수단이나 적의 내부를 교란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와 민주당의 발언을 보면 압도적 힘을 기르기보다, 우리 군의 힘을 빼는 데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 대표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서도 “정부가 참관단이라는 이름으로 슬쩍 보낼 생각인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북한군의 전투 능력과 무기 체계,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은 불미스러운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상식적인 조치다. 국제사회 누구도 막아서지 않는 우리 정부의 정보 습득을 국내 야당이 먼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소속 4성 장군 출신 의원은 심리전을 위해 인력을 파견해도 국방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첩보전과 심리전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데 왜 장관 탄핵 사유가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서도 개인 단위 파병은 국회 동의 없이 국방부 장관 정책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고 명시돼 있다. 민주당은 한미동맹 강화를 비판하고 죽창가식 반일을 외쳐 한일 관계를 이간질해왔다. 한·미·일 동해 합동훈련을 향해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해 구설에 오른 일도 있었다. 올여름엔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 인사까지 계엄령 의혹에 끼워 맞춰 공포 마케팅을 벌였다.

이 대표는 수시로 주먹을 들이대는 북한을 향해선 ‘싸우지 말자’고 하고,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 정부에만 번번이 싸움을 걸고 있다. 북한이 신형 ICBM을 쏜 날에도 정부가 왜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하지 않는지에 집중했다. 북한이 핵 공격 능력을 강화할 때마다 민주당은 대북 규탄보다는 사실상 정부·여당을 겨냥한 ‘북풍’ 음모설을 제기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 대표가 이런 주장으로 어떤 정치적 이득을 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행태가 반복될수록 이 대표의 수권 능력에 의문을 갖는 국민은 늘어날 것이다. 국내 정치와 경제를 놓고 싸우더라도 엄중한 안보 앞에선 자중해야 한다. 시급히 모여 대비책을 논해야 할 시각에 여야 공방전이나 벌이는 것 자체가 북한의 남남갈등 의도에 말려드는 셈이다.

김윤희 정치부 차장
김윤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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