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지난 31일, 북한이 10개월 만에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평양 인근에서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해 7000㎞까지 상승한 뒤 86분간 총 1000㎞를 비행하고 동해상에 떨어졌다. 역대 최장 시간 비행한 것이며, 미국 본토 전역에 이를 수 있는 초대형 미사일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례적으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다는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시험발사 현장에서 김 총비서가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온 적수(敵讐)들에게 우리의 대응 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 활동”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철저히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상투적 핑계를 댄 것이다.

그러나 실상 이번 미사일 발사는 4가지 복합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여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되는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이다. 둘째, 러시아 파병이 밝혀지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집중되고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앞둔 시점에 쟁점을 희석하며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북한식 항변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 시기적으로 미국의 대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 할 때 이번에 발사한 ICBM은 훨씬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미국 전역이 사정권임을 과시하면서 공화·민주당 어느 쪽 후보가 당선되든 미국의 새 행정부는 북한이 핵보유국이며 언제든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시위한 것이다.

넷째, 지난해에 이어 올해 7월 말에 발생한 수해로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1만5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재난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때에 느닷없이 평양 한복판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정권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 생겼으니 이에 대응하는 이벤트가 필요했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을 직접 상대할 힘을 가졌다고 자랑하던 정권이 인민에게 무능력하게 보일 수 있는 비참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안이 바로 그동안 상습적으로 시도해 오던 대남 도발과 전쟁 분위기 띄우기였다. 이런 목적들을 가지고 초대형 미사일 발사라는 도발을 한 것이다.

그러면 이런 북한을 우리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첫째, 북한의 도발은 군비 경쟁만 초래할 뿐 현상 타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게 하며 한·미·일 군사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즉각적인 무력시위를 통해 공동 방어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둘째, 미국에 어느 행정부가 들어서든 비핵화를 위한 대북정책은 꾸준히 추진되도록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셋째, 북한에 대한 인지전(認知戰)을 적극 펼쳐 나가야 한다. 이 작전은 시간은 걸리지만, 근본적으로 상대를 변화시킬 방법이기도 하다. 인터넷, 방송, 전단, 인적 접촉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북한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폭로하고 변화 없이는 생존 불가능함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러시아에 파병된 인민군을 매개 삼아 이 작전을 전개해 볼 필요가 있다.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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