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0일 워싱턴에서 열린 안보협의회의(SCM)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구 대신 ‘북한의 핵 위협 억제’가 들어간 것은 충격적이다. 핵 위협 축소에 집중한다는 것은 북핵 용인이 전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군사적 최종 목표가 북핵 폐기이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관철하겠다고 해도 부족한 판에 SCM의 패배주의적 표현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며 추가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은은 SCM 개최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후 “핵무력 강화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북핵 폐기에 대한 한·미 양국의 결연한 의지는 2016년 SCM 때부터 늘 천명됐다. 심지어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장단을 맞췄던 문재인 정부 때도 SCM엔 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에는 ‘북한의 비핵화’, 2023년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강화됐다. 그랬는데 돌연 사라졌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근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를 삭제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이 북핵 위협 억제에 치중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핵을 인정한 상태에서 핵 군축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무기는 용인하면서 한국의 핵 개발을 한사코 반대하는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국방부는 “한·미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결코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 내 기류를 보면 단순한 누락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락이든 삭제든 미국 측 진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공동성명 수정도 필요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진상을 세세히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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