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내용은 이전 공개된 녹취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공개한 명 씨와의 통화 내용은 전언(傳言) 형태였지만, 이번엔 윤 대통령 육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용도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라고 말했다. 17초 분량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와 윤 대통령 사이에 누가 메신저 역할을 했는지,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닌지 등에 대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그동안의 대통령실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를 폭로한 민주당은 윤석열-명태균 통화가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이뤄졌고, 다음날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 전략공천 됐다는 사실을 들어 불법 공천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은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며 “공관위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으로 볼 수 없다.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 중립 의무 대상 공무원(공직선거법 제9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부터 구차하다. 해당 조문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라는 규정이 추가돼 있을 뿐 아니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정치 중립 대상자를 확대 해석하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 공관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한 만큼, 별도 비선(秘線)의 존재 가능성도 시사한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급기야 10%대(문화일보 여론조사 17%, 한국갤럽 정기조사 19%)로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요인이 김 여사 문제라는 게 더 뼈아프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대통령 부부의 인간관계와 발언 전모를 몰라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윤 대통령 부부가 당시 상황에 대해 정직하게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결자해지 출발점이다.